홍콩 경찰들, 식당 벽에 붙은 '포스트잇'도 떼어 갔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7.0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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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민주화운동 관련 서적 최소 9개 도서관에서 대출불가…식당 내 포스트잇도 감시 대상"

홍콩 한 공공도서관의 정치 서적 분야 ./사진=AFP홍콩 한 공공도서관의 정치 서적 분야 ./사진=AFP


홍콩 민주화 인사들이 쓴 책들이 홍콩 전역 수십개 도서관에서 사라졌다. 지난달 30일부터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중국 정부 비판과 관련된 사소한 행위까지 싹을 자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최소 9개 서적이 홍콩 전역 수십개 도서관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책들은 온라인뿐 아니라 실제로 도서관을 방문해서도 찾을 수 없었다.



홍콩 전역 공공도서관을 관장하는 홍콩여가문화사무처는 "홍콩보안법 시행에 따라 일부 서적의 법 위반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 관계자는 "새로운 홍콩보안법이 발효되어 홍콩 당국이 이 책들을 검토 중이기 때문에 이 책들은 현재 대출될 수 없다"며 "우리가 검토한 후에 대출이 가능한지 상황을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서적 중에는 홍콩 민주화운동의 주역 중 한명인 조슈아 웡이 쓴 '나는 영웅이 아니다', '나는 아이가 아니다'와 홍콩 입법회 범민주파 진영의 타냐 찬 의원의 '음식과 정의를 위한 나의 여정', 홍콩 자치를 주장해온 학자인 친완의 '홍콩 도시-국가론' '홍콩 도시-국가론2', '도시-국가 주권이론' '홍콩 방위전쟁' '홍콩 신도들' '몸과 영혼' 등이 포함됐다.



/사진=AFP/사진=AFP
이 책을 쓴 저자들은 검토 사실에 대한 정부의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조슈아 웡은 "수년 전 발간된 내 책이 홍콩보안법으로 인해 도서관에서 사라졌다"며 "이러한 검열은 사실상 '금서 지정'이나 마찬가지"라고 호소했다. 타냐 찬 의원도 "나는 관련한 통보를 받지 못했고 왜 법이 소급적용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밤부터 시행된 홍콩 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홍콩보안법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행정장관의 승인을 받은 후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피의자에 대해 도청, 감시, 미행을 할 수 있다. 나아가 법원의 수색영장 발부 없이도 건물, 차량, 선박, 항공기, 전자제품 등을 수색할 수 있다. 피의자가 홍콩을 떠나지 못하도록 여권을 제출할 것을 명령할 수도 있다.

홍콩 한 식당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 /사진=AFP홍콩 한 식당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 /사진=AFP
홍콩보안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서적뿐 아니라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사소한 글귀도 제한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CMP는 "홍콩보안법 시행 후 홍콩의 여러 식당 벽에 붙어 있던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이 담긴 포스트잇이 떼어졌다"고 전했다. 최근 홍콩의 한 식당 주인은 "경찰 4명이 찾아와 식당 내 포스트잇 내용이 보안법 위반이라는 신고를 받고 왔다며 법 집행을 경고했다"고 토로했다.


한편 중국 인민해방군 지휘를 받는 무장경찰 200~300명이 홍콩에 파견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무장경찰은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준군사조직으로, 폭동과 시위 진압 등을 위해 꾸려졌다. 홍콩 명보는 "홍콩에 파견되는 무장경찰은 홍콩 치안에 직접 개입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관찰원' 신분으로 머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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