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한달새 2.8조↑…금융위 "조일 계획 없다"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이학렬 기자 2020.07.0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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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 추이/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 추이/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코로나19 급전 수요, 빚투자 열풍, 주택담보대출 풍선효과가 맞물려 은행권 신용대출이 크게 늘었다. 은행은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대출 쏠림’을 막아야 하나 일단은 지켜보는 분위기다. 정부 역시 코로나19 지원 차원에서 대출을 조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신용대출 잔액은 117조523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대비 2조8374억원(2.47%) 늘었다. ‘코로나 충격’이 시작된 3월 증가폭(2조2409억원·2.02%)을 뛰어넘었다.



신용대출이 늘어난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코로나19로 수입이 예전만 못해 생활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간 이들이 많아졌다. ‘동학개미운동’도 한몫 했다. 주식시장 하락을 기회로 보고 신용대출을 받아 투자를 한 것이다. 은행은 최근 3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SK바이오팜 주식 청약 등에도 쓰인 것으로 본다.

여기에 부동산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더해졌다. ‘6·17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 까다로워지면서 규제를 피해 신용대출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더 늘었다는 것이다.



떨어질 대로 떨어진 금리 역시 대출 증가세에 기여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연 3.33%였다. 통계를 낸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3.83%였고 지난해 5월의 경우 4.40%였다.

다른 대출의 증가세가 둔화한 가운데 이처럼 신용대출이 나홀로 늘어 시중은행들은 난감해졌다. ‘대출 쏠림’은 곧 리스크로 인식돼서다. 같은 기간 전체 원화대출 증가율은 0.71%였고 전체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각각 0.53%, 0.19%를 기록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영업점 대출 창구/사진=뉴시스서울 중구 하나은행 영업점 대출 창구/사진=뉴시스
일부 은행이 한도 조정에 나섰지만 모든 은행권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지금 시기에 문턱을 높인다면 고객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우량업체 재직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 등 일부 상품의 한도를 낮췄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대출 상품 1건에 대해 한도 축소를 검토 중이다.


시중은행들은 신용대출 쏠림 현상이 이어질 경우 한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A은행 관계자는 “나중에 뇌관이 터지면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은행 입장에서 특정 대출로 쏠리지 않게 대출별로 속도를 맞춰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향후 몇달 간 움직임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앞으로도 신용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므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금리를 높이거나 한도를 낮춰야 하는데 후자가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급증하는 신용대출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주식 투자가 이유거나 주택담보대출을 우회해서 신용대출에 손을 대기도 하겠지만 코로나19 생활자금으로 쓰려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며 “이러한 대출을 당국이 막을 순 없다”고 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국회 정무위원회 간담회에서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과 관련, “코로나 이후 증가한 대출에 대해서는 2~3년 정도 중장기적으로 보면서 유연하게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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