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갑질 논란' 2030 열 받았다…"그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요?"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0.07.0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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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이순재가 23일 오전 서울 베스트웨스턴프리미어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EBS 역사 다큐멘터리 '역사의 빛, 청년', '설민석의 독도路'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 = 뉴스 1 배우 이순재가 23일 오전 서울 베스트웨스턴프리미어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EBS 역사 다큐멘터리 '역사의 빛, 청년', '설민석의 독도路'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 = 뉴스 1


배우 이순재 부인의 '갑질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평소 반듯하고 깨어 있는 이미지로 알려진 이순재이기에 팬들의 충격은 더 컸다. 전 매니저는 이순재 부인이 분리수거, 생수통 운반 등 허드렛일을 도맡아 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2030 청년 세대는 불편한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대부분 취업준비생·사회초년생으로 구성된 이들은 사회의 웃어른인 이순재 부부의 '갑질 논란'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대학 커뮤니티나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성세대의 '권위 의식'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2030은 왜 '이순재 갑질 논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까.

'신입사원은 잡일꾼 아냐'…맡은 일만 하겠다는 2030
/사진 = 게티이미지/사진 = 게티이미지


청년층이 '이순재 갑질 논란'에 대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점은 2가지다. 매니저에게 업무 외 지시를 하고도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태도와 보수 없는 추가 근무다.

이순재는 논란이 불거진 후 OSEN에 "보도는 한 쪽으로만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아내가 잘못한 것을 나도 인정했다. 다만 저는 사람을 막 부리고 해고한 적이 한 번도 없고, (김모씨와) 만나 아내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 매니저 김모씨는 반박했다. 그는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언론 보도는 순화해서 나간 것이다. (이순재) 아내는 근무가 끝나도 장을 보러 가야 한다고 날 붙잡을 정도"라며 "이순재 본인도 사과 대신 '너만 유난이냐'는 식으로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2030세대는 김모씨의 주장을 '을질'로 치부하는 문화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장을 보거나 생수통을 가는 것 등은 매니저의 본업무가 아닌데도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다'며 당연시하는 기성세대의 그릇된 인식이 초래한 사건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 커뮤니티에는 "이 사회가 청년층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는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이순재조차도 신입사원(매니저)을 '잡일꾼'정도로 생각한다면 누가 젊은층을 존중하겠나"고 주장했다.

청년층은 불합리한 요구나 사적 지시, 참기를 강요하는 감정 노동에 진저리를 친다. 지난달 17일 알바몬이 청년 알바생 227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알바생 중 65.7%가 업무 외 불합리한 요구나 사생활 침해에 시달렸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가족같은 문화' 거부하는 2030…"퇴근하면 카톡도 삼가주세요"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리딩코리아, 월드클래스 잡 페스티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게시판을 보고 있다. / 사진 = 뉴스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리딩코리아, 월드클래스 잡 페스티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게시판을 보고 있다. / 사진 = 뉴스 1
청년층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권위주의 문화'를 타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직장 내에서 자신보다 아래에 있다고 해서 부당한 지시를 내리고 이를 당연시하는 문화가 근본적인 문제점이라는 지적이다.

한 커뮤니티에는 '가족처럼 대한다면서 수당은 왜 가족처럼 안 주나요'라는 글이 게시돼 수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작성자는 "사적 지시를 할 때에는 가족이고, 돈을 줄 때는 남남인가"라며 "정당한 보상 없는 지시는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2030세대는 직장 내 '가족같은 문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한국리서치의 한 설문조사에서는 2030 직장인들의 39%가 '직장 구성원들은 공적인 관계'라고 답했으며 '회사서만 친하고 밖에서는 모른 척 한다'는 답변도 16%나 됐다.

여의도의 한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A씨(29)는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부하직원을 '가족'이라고 주장하는 상사들 때문"이라며 "퇴근하면 남남이다. 근무 시간이 끝나면 카톡(메신저)도 함부로 보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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