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뚝' 떨어지는 대한항공 신주가격...무조건 돈버는 법 있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6.29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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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에 1조 2000억원의 자금을 신규 지원하기로 결정한 지난 4월24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 앞을 지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에 1조 2000억원의 자금을 신규 지원하기로 결정한 지난 4월24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 앞을 지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대한항공 신주를 싸게 살 수 있는 신주인수권 가격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주식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불투명한 항공 업황과 막대한 신주 물량 부담 등으로 주가 하락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주인수권 하락이 이어질 경우 선물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한 무위험 차익거래로 수익을 실현하는 전략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대한항공 신주인수권인 '대한항공 45R' 가격은 전일 대비 155원(6.6%) 하락한 2195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주인수권 거래 첫날 시초가는 이론가격 3900원보다 낮은 3785원에 시작했고, 이날 주가는 19% 급락했다. 그 다음 날에도 23.2% 급락세가 이어졌다. 상장 이후 3거래일 동안 신주인수권 가격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신주인수권이란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1조1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로 인해 발행되는 신주는 7936만여주로 현재 유통주식의 약 80%에 달한다.



이번 증자는 기존 주주들에게 우선적인 청약 권리가 주어지는 방식이다. 기존 주주는 1주당 신주 0.66주를 청약할 수 있다. 이 같은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특징은 신주 청약을 하기 전 신주인수권이 먼저 발행돼 이를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45R는 지난 4일 보유 주식수를 기준으로 지난 17일 주주들에게 배정이 완료됐다. 지난 24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신주인수권 가격이 자꾸 떨어지는 이유는 기존 주주들이 증자 참여보다는 신주인수권을 파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하면서 대거 매물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주식 100주를 소유한 주주라면 대한항공 45R 66주를 받게 된다. 이를 시장에 팔면 지난 26일 가격 기준으로 14만4870원을 벌 수 있다. 신주를 싸게 살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당장 현금을 얻는 셈이다.


신주의 1차 발행가액은 1만4600원으로 현재 주가보다 20% 가량 저렴하다. 신주인수권 가격(2195원)을 합해도 1만6795원으로 약 6% 저렴한 가격이다. 그러나 기존 유통주식의 80%에 달하는 대규모 신주 물량의 상장으로 주가 희석 우려가 커지면서 저렴한 가격 메리트에도 선뜻 매수하려는 투자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로 항공업황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전세계 주요국의 경제 봉쇄는 대부분 풀렸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검역 강화와 출입국 통제로 국가 간 이동은 크게 위축된 상태다. 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 828억원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고 2분기에도 958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신주 가격이 선·현물 가격보다 저렴하게 형성되면 두 상품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로 이익을 남기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싼 상품을 사고(롱) 비싼 상품을 파는(숏) 롱숏 전략이다.

예를 들어 주식 선물 가격이 2만원, 신주 가격(신주인수권 가격+발행가액)이 1만8000원일때 선물을 매도하고 신주를 매수하면 신주 상장 이후에 가격이 어떻게 변하든 상관없이 선물과 신주의 차액(2000원) 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신주 상장 이후 주가가 2만2000원이 됐다면 선물로는 2000원 손실이지만 신주에서 4000원 이득을 보면서 총 2000원의 차익이 생긴다. 반대로 주가가 16000원이 됐다면 선물에서 4000원 이득, 신주에서 2000원 손실로 총 2000원 이익이다.

현재 대한항공 선물(7월물) 가격은 16800원, 신주 예상가(신주인수권 가격+1차 발행가액)는 1만6795원으로 차액은 5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주 발행가액은 청약일 3거래일 전 가격 기준으로 다시 산정하기 때문에 최종 확정 가격은 지금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 지금 가격에 선물을 매도하고 신주인수권을 사 놓는다면 신주 발행가액이 지금보다 더 낮아질수록 수익률이 높아진다.

선물·옵션 거래 자격이 없는 투자자는 현재 보유 중인 주식(현물)을 매도하고 신주인수권을 매수해 신주 상장으로 인한 주가 하락을 방어할 수도 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대규모 유상증자와 코로나19 영향으로 추가적인 주가 조정이 예상된다"며 "기존 주주는 원주 매도, 신주인수권 매수로 주가 조정을 방어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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