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면 또 엎어질 수도…" 저항 부딪힌 정규직 전환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20.06.2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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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을 비롯한 연대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5일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직접고용전환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공사가 지난 2월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2년 반에 걸쳐 합의한 정규직 전환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규직화(직고용) 추진을 발표했다"며 불공정한 전환과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2020.6.25/뉴스1(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을 비롯한 연대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5일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직접고용전환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공사가 지난 2월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2년 반에 걸쳐 합의한 정규직 전환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규직화(직고용) 추진을 발표했다"며 불공정한 전환과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2020.6.25/뉴스1


문재인정부 국정과제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인국공(인천국제공항의 줄임말) 사태'를 계기로 거센 저항을 받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밀어붙이다가 결국 일부 기관에서 노사 소송전까지 치른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떠오르게 한다. 정권이 바뀌면 정규직 전환도 성과연봉제처럼 엎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계획 인원 20만5000명 가운데 전환이 결정된 비정규직은 19만6000명이다. 주 전환 대상은 청소·경비·식당 조리원·시설 관리 등 상시·지속적 업무,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요원 등 생명·안전 업무 등을 맡은 비정규직이다.



문재인정부가 2017년 출범하자마자 착수한 정규직 전환은 3년 만에 95% 넘는 진척을 보였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노-사 및 노-노 갈등과 취업준비생의 역차별 논란 등이 국정감사 등을 통해 꾸준히 제기됐다. 인국공 사태는 현재까지 제기된 문제들의 종합판 성격이다.

정규직 전환을 향한 저항의 강도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인국공 사태만 좁혀서 보면 연봉 5000만원, 알바에서 정규직 직행 등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이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정규직과 청년 간 대립을 촉발한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권이 앞세운 공공부문 정책이 반대에 직면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했다가 문재인정부에서 '적폐'로 찍히고 폐기된 성과연봉제가 대표적이다. 정규직 전환이 취약계층의 고용안정을 유도하는 진보 아젠다라면 성과연봉제는 공공기관 방만 경영을 개선하려는 보수 아젠다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금융산업노조와 함께하는 '박근혜 정부 불법적 성과연봉제 즉각 폐기' 협약식에서 문서파쇄기를 이용해 성과연봉제를 폐기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금융산업노조와 함께하는 '박근혜 정부 불법적 성과연봉제 즉각 폐기' 협약식에서 문서파쇄기를 이용해 성과연봉제를 폐기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박근혜정부는 2015년 1월 발표한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 방향'에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공식화했다. 구체적인 계획은 2017년 1월 제시됐다. 골자는 적용대상과 직원간 임금 격차 확대였다. 공공기관 입사에 성공하면 성과와 무관하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임금 경직성이 경쟁력을 해친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은 결과만 놓고 보면 순조롭게 진행됐다. 한국마사회(공기업), 기상산업진흥원(준정부기관)을 필두로 2016년 6월까지 119개 모든 적용대상 기관이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중심의 속도전은 부작용을 낳았다. 노사합의 대신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추진한 공공기관 48곳 위주로 노사대립이 격화됐다. 공공기관 노조의 줄소송이 이어졌다. 결국 성과연봉제는 대선 과정에서 폐기를 공약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사라졌다.

일각에선 정규직 전환도 정권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앞서 열린 공공부문 정규직화 열린 토론회에서 정규직 전환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정규직 전환 정책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정규직-무기계약직 간, 모-자회사 간 임금·복지·안전 등 고질적인 격차 해소가 필요하다"며 "정규직 전환 정책은 특정 정부 정책을 넘어 지속 가능한 고용모델로도 정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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