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됐다…연봉 390만원 올랐다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20.06.2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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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스1) 정진욱 기자 =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2일 오후 인천공항1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한 가운데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22일 인천공항 보안요원 1900여명을 정규직화 한다고 밝혔다.2020.6.22/뉴스1(인천공항=뉴스1) 정진욱 기자 =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2일 오후 인천공항1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한 가운데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22일 인천공항 보안요원 1900여명을 정규직화 한다고 밝혔다.2020.6.22/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추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의도한 건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이었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일을 하던 청소원, 경비원 등 비정규직은 평생 직장을 보장 받았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요원 사례처럼 정규직 전환이 형평성을 훼손하고 청년 일자리를 줄인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임기 초 기간제, 파견·용역직 등 공공부문 내 비정규직 비율은 전체의 16.9%(31만명)였다. 정부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 생명·안전과 직결된 업무 등을 정규직 전환 원칙으로 삼았다. 대상 기관은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및 자회사, 국공립 교육기관 등 공공 영역을 총망라했다.

정규직 전환 20.5만명 중 17.4만명 완료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인천 중구 인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 관련 간담회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임기 중에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임기 내에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2017.5.12/뉴스1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인천 중구 인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 관련 간담회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임기 중에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임기 내에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2017.5.12/뉴스1


지난해 말 기준 정규직 전환 계획 인원 20만5000명 중 전환이 결정된 비정규직은 19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실제 정규직 전환이 완료된 노동자는 17만4000명이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의 대표 업무는 청소·경비·식당 조리원·시설 관리 등이다.

정규직 전환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고용 안정이다. 정규직 전환 형태는 무기계약직과 비슷한 공무직 등 공공기관 직접 고용, 자회사 채용 두 가지로 나뉜다. 두 형태 모두 계약 해지 때마다 일거리를 잃었던 기존 용역업체 소속일 때와 비교해 안정적인 일터를 보장한다.

처우도 나아졌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 전후로 연간 평균 임금은 2393만원에서 2783만원으로 390만원(16.3%) 증가했다. 임금 자체가 오른데 더해 기존에 받지 못했던 급식비(월 13만원), 명절휴가비(연 80만원), 복지포인트(연 40만원)가 추가되면서다.


정규직 전환 후 연봉 393만원 증가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3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브리핑실에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 추진경과 및 성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고용부는 기간제 약 7만 3000명, 파견·용역 약 12만명 등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며 복리후생적 금품을 지급해 처우개선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2020.2.3/뉴스1(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3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브리핑실에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 추진경과 및 성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고용부는 기간제 약 7만 3000명, 파견·용역 약 12만명 등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며 복리후생적 금품을 지급해 처우개선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2020.2.3/뉴스1
또 과거 용역업체 소속일 땐 엄두 낼 수 없었던 공공기관과의 노사 교섭도 가능해졌다. 정규직 노동자로서 노동3권을 얻었기 때문이다. 기존 정규직과 다른 대우를 받는 부분도 있다. 가령 공공기관 공무직은 기존 정규직과 다른 임금 체계를 적용받는 경우가 많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의 불만도 적지 않다. 직접 고용 대신 자회사에 고용된 정규직 전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정규직 전환 인원 중 자회사 고용은 23.6%(4만1000명) 수준이다.

이들은 기존 용역업체 소속일 때와 비교해 처우 등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자회사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을 갖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해 자회사 고용을 선택한 기관에서 부당한 업무지시, 일방적 계약 해지 등이 발생했다는 점검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기존 정규직은 '형평성 어긋난다' 지적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회원들이 11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0.5.11/뉴스1(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회원들이 11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0.5.11/뉴스1
사측은 청소·경비 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경우 인사·노무 관리 비용이 확 늘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자회사 고용을 선호하고 있다. 충남대병원 등 국립대병원 일부에서 직접 고용 대 자회사 고용을 두고 노사 대립이 벌어지는 이유다.

기존 정규직 역시 정규직 전환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한다. 경쟁을 뚫고 어렵게 정규직이 된 자신들과 비교해 정규직 전환자는 무임 승차와 같다는 비판이다. 청년 취업준비생도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 정부가 당초 의도했던 민간으로의 확산도 저조하다. 공공부문에서 발생한 잡음은 민간의 정규직 전환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규직 전환 정책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정규직-무기계약직 간, 모-자회사 간 임금·복지·안전 등 고질적인 격차 해소가 필요하다"며 "합리적 차이를 존중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한다는 원칙 아래 격차를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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