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재팬'에 문닫은 매장들…"한국인 대리점주는 무슨 죄냐"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0.06.28 05:30
글자크기

[일본제품 불매운동 1년]데상트, 불매로 영업익 급감...'이미지 관리' 비난 불구, 데상트 대리점주 돕기 나서

일본 불매 운동 노노재팬 로고와 데상트 로고 일본 불매 운동 노노재팬 로고와 데상트 로고


일본 불매로 일본계 패션기업 데상트코리아는 영업이익이 86.7% 감소하는 치명상을 입었다. 매장 수는 20여개 줄었으며 데상트키즈(영 애슬릿) 매장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본사 직영점 위주인 유니클로·ABC마트와 달리 데상트는 전국에 대리점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한국인 대리점주가 불매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불매로 치명상…영업이익 86.7% 급감=일본 스포츠 브랜드 데상트에게 한국 시장은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주력 시장이었다. 데상트 본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데상트코리아의 2018년 매출액은 7270억원, 영업이익은 679억원에 달했다.

2019년 7월2일부터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으로 하반기 실적이 박살나면서 데상트코리아의 2019년 매출액은 15.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97억원에서 90억원으로 86.7% 감소했다. 19년 연속 흑자 기록은 겨우 지켰으나 이익은 급감했다.



데상트는 2000년 한국 진출 이후 애슬레저룩(일상복으로 어색하지 않으면서 운동복의 기능성을 갖춘 옷)의 고급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격대는 높은 편이었지만 특유의 몸에 잘 맞는 핏과 디자인으로 한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자영업자인 대리점주들은 전국 주요 상권 A급 자리에 큰 비용을 들여 대리점을 냈다.

일본 불매 운동으로 데상트와 르꼬끄 매장을 운영하는 대리점주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리점주들은 매출이 급감할 경우 본사보다 더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7월부터 시작된 불매로 여름 비수기를 넘어 겨울 성수기까지, 한국인 대리점주들은 회복하기 힘든 매출 감소를 감내해야 했다.

결국 불매 여파에 데상트는 지난해 11월 강남대로 직영점을 비롯한 매장들이 문을 닫게 됐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247개였던 데상트 매장은 2020년 6월 말 현재 227개로, 20개 줄었다. 단독 매장으로 전개하던 데상트 영 애슬릿 라인도 매장을 접고 데상트 매장 내에서 운영하는 형태로 사업을 축소했다.


◇"일본 기업 맞지만…대리점주는 무슨 죄냐"=데상트코리아는 일본 불매로 매출이 급감한 대리점주들에게 매장 지원비로 지난해 9월부터 4개월간 약 120억원을 지원했다.

데상트코리아 3개년 실적 흐름과 김훈도 데상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데상트코리아 3개년 실적 흐름과 김훈도 데상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또한 올해 3월에도 코로나19(COVID-19) 매장 내점객이 급감하자 데상트 본사는 데상트, 먼싱웨어, 르꼬끄 등 총 6개의 자사 브랜드 대리점 750여개에 3월 임대료 등 전액(약 3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결정은 패션업계에선 파격적인 행보였는데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대리점을 돕겠다고 현금을 푼 기업은 거의 없어서였다. 세간에서는 '이미지 관리'라는 비난도 제기됐지만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라도 대리점주와 상생한다고 현금을 푸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데상트의 상생 결정은 김훈도 데상트코리아 사장의 결정이었다. 데상트 본사는 일본이지만 데상트코리아는 김훈도 사장의 지휘 아래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김 사장은 데상트코리아의 설립 멤버로 2000년부터 데상트에서 일했고 먼싱웨어 사업부장, 골프 사업부장, 경영지원실장 등을 역임한 뒤 2009년 대표이사에 취임, 일본 데상트 그룹 최초로 현지인 대표가 됐다.

데상트 관계자는 "일본 불매로 돌아선 고객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데상트코리아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