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식당'서 많이 쓴 재난지원금, 일본은 안쓰고 은행에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20.06.2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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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에 전세계가 재난지원금을 풀고 있다. 별다른 조건 없이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것부터 실업 특별수당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다. 하지만 각국마다 이를 사용하는 방법은 크게 달랐다.

"미래가 불안"…'저축' 택한 일본인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19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정부가 1인당 10만엔(약 113만4500원)씩 지급한 재난지원금을 생활비에 보태거나(45%) 저축(36%)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이나 레저(14%), 전자제품·자동차 등의 소비재를 구입한 비율(1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번 조사(복수응답 가능)는 닛케이가 구독자 567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도출한 결과다.

재난지원금 외에 올 여름 보너스 등을 두고도 49%는 저축을, 33%는 생활비에 쓸 것이라고 답하는 비율이 높았다.



한국에서는 긴급 재난지원금 사용처 중 대중음식 음식점(24.8%)이 가장 높고 근소한 차이로 식료품점이 뒤를 이었는데, 일본에서는 외식은 비중이 낮았고, 수도세나 식재료비 등 생활비 보전에 썼다는 응답이 많았다. 여기에 40% 가까이는 아예 저축을 택해 소비 진작 효과는 예상보다 못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파이낸셜플래너(FP)의 이와키 미즈호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황으로, 당장의 생활을 지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인 대부분은 코로나19 타격으로 앞으로의 소득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가구당 정기소득이 변하지 않을 것이란 응답 비중은 50%였는데, 감소를 예상한 이들도 38%나 됐다. 수입 증가를 전망한 이들은 5%에 그쳤다.

보트·풀장·집 꾸미기...소비 못해 답답했던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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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연소득 7만5000달러(부부 15만달러) 이하인 가정에게 인당 1200달러, 부부 2400달러의 현금을 지급했다. 여기에 자녀 1인당 500달러의 지원금까지 지급됐다. 단순 계산하면 부부와 자녀 1명으로 구성된 세대는 총 2900달러(약 351만원)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실업자들은 실업보험 외에도 매주 600달러(약 72만7000원)의 특별 수당도 지급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 각국에서 정부의 지원금으로 소비력이 일시적으로 높아진 이들이 돈을 집 꾸미기에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봉쇄조치 등으로 인해 외출이 크게 줄면서 집안에 수영장을 설치하거나 새 가구를 들이는 등 소비 행태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16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5월 소매 판매는 전월대비 17.7% 증가하며 1992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제 재개를 시작하자 보복성 소비가 시작된 것이다.

마스터카드 스펜딩펄스에 따르면 6월 첫째주 미국의 주택 개조 관련 소매업체들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나 상승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가구 구매도 6% 증가했다. 반면 보석, 의류 판매 등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 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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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이 수영장 등 고가의 상품도 덜컥 구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의 지원금을 보태는 데다가, 지난 두 달간 외식, 스포츠 참관, 여행 등 각종 비용을 아꼈기 때문이다.

집꾸미기에 8000달러를 썼다는 리처드 허드넷은 올 여름 여행 예약을 취소하면서 환불 받은 1200달러 등 여윳돈을 적극 활용했다.

수영장 설치 업체인 미션 풀스는 지난 4~5월 수영장 설치 요청이 전년 동기 대비 40%나 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 상반기를 통틀어서는 지난해 대비 200%나 폭증했다.

한편 한국의 경우 지난달 11~31일 기준으로 긴급재난지원금(8개 신용·체크카드 충전금 지급액 기준) 사용처를 보면 대중음식점이 24.8%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마트·식료품점(24.2%), 병원·약국 (10.4%), 주유(5.4%), 의류·잡화 3003억원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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