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무역으로 쌓은 부, 반성합니다"…흑인지원 늘리는 英기업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20.06.1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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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로이드은행 로고/사진=AFP영국 로이드은행 로고/사진=AFP


영국에서도 과거 노예 무역과 연관된 역사를 들어내겠다며 일부 기업들이 흑인 등 소수 인종을 위한 재정 지원 계획을 내놨다.

영국 거대 금융사 로이드와 주류체인점 그린킹은 18일(현지시간) 흑인과 영국 내 소수 인종들을 위한 프로젝트에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들은 과거 창립자들이 노예 무역으로 쌓아올린 부와 연관된 기업 운영사에 대한 반성으로 이번 계획을 내놓는다고 설명했다. 로이드와 그린킹은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이 집계한 노예제도 유산을 물려받은 기업 리스트에 올라있다.



그린킹을 1799년 설립한 벤자민 그린은 1833년 대영제국이 노예제도를 폐지할 때 보상금을 받은 노예 소유주 4만7000명 중 한 명이었다. 당시 그린은 현재 가치로 50만 파운드(65억 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받고 몬테라트와 세인트키츠 등에 있는 노예 농장 소유권을 포기했다.

닉 매켄지 그린킹 최고경영자(CEO)는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이 1800년 대에 노예제 폐지에 반대하며 돈을 벌었다는 점에 있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 "다양성과 포용력을 강화하고 팀원과 자선 파트너 등 모든 목소리를 듣고 배우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드의 설립자인 사이먼 프레이저는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노예 등을 보유해 지금 가치로 40만 파운드에 달하는 자산을 쌓았다. 1688년에 설립된 로이드는 노예선 관련 보험을 팔기도 했다.

로이드 대변인은 성명에서 "최근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은 사회 곳곳에 존재해 온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인종차별주의의 결과물로써 흑인들이 수년간 겪어온 불평등을 조명하고 있다"면서 "오래 전부터 미뤄왔던 어려운 대화를 촉발했다. 우리는 흑인과 사회 내 소수인종을 위한 기회와 포용을 만드는 자선단체에 재정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윈스턴 처칠 전 총리 동상에 쓰인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문구/사진=AFP영국 윈스턴 처칠 전 총리 동상에 쓰인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문구/사진=AFP
미국에서 시작된 '인종차별 항의 운동'(BLM·Black Lives Matter)은 영국에서도 이어져 대규모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인종차별주의 역사와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비판과 그 동상을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도 잇따랐다.

브리스틀에서는 시위대가 17세기 악명높은 노예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을 끌어내렸다. 콜스턴은 17세기 아프리카대륙에서 아메리카대륙으로 흑인 노예 8만 명 이상을 수송한 인물로 이를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


옥스퍼드에서는 남아프리카 케이프 식민지(Cape Colony) 다이아몬드 채광권을 독점하고 식민지 총리를 지낸 제국주의자 세실 로즈의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옥스퍼드의 거리에는 '로즈, 다음은 당신 차례'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런던에 있는 윈스턴 처칠 전 총리 동상에도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낙서가 쓰였다.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하는 시위대는 처칠 전 총리를 두고 "영연방의 식민주의를 옹호하기 위해 인종차별을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플로이드는 백인 경찰 데릭 쇼빈에게 진압되는 가운데서 목이 8분 가량 짓눌려 사망했다. 이 사건이 도화선이 돼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졌고, 이어 유럽과 한국, 홍콩 등에서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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