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공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 평소보다 2배 많은 인원을 투입하면서 인명피해가 컸다. 시간 단축을 위해 화재와 폭발 위험이 있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됐다. 특히 결로(이슬 맺힘)를 막기 위해 방화문 공간을 벽돌로 막은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자 4명은 이곳을 지나려다 숨졌다.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4차 합동 감식을 위해 진입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4월 29일 오후 1시30분쯤 경기 이천 물류센터를 덮친 화재로 근로자 38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중상 4명, 경상 8명)을 입었다. 경찰은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중대범죄로 인식하고 수사본부(119명)을 편성해 수사를 진행했다.
이후 불이 각 구역의 출입문에 다다르자 충분한 산소를 만났고, 크게 불꽃이 일었다. 불은 저온창고 대부분의 천장과 벽체에 도포돼 있던 우레탄 폼을 타고 가면서 급속도로 번졌다. A씨가 ‘불이야’라고 외쳤을 화염가 연기가 이미 심각한 상태였다.
당시 공사 현장에는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평소보다 약 2배 많은 67명의 근로자가 일을 하고 있었다. 용접과 우레탄 폼 발포작업 등 위험한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공사 기간 단축이 대형 인명피해에 영향을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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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문 지점 벽돌로 막혀 있고, 연결통로는 화재 확산 통로가 돼
15일 오전 경기도 이천경찰서에서 반기수 수사본부장이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 화재 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또 용접은 2인 1조 작업이 원칙이나 혼자 작업하는 등 안전관리 수칙을 준수하지 않았고, 화재 감시인은 작업 현장을 벗어나 있었다.
이와 함께 인허가 관청에 제출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에는 지하 2층에서 화재 등 위험 발생 시 기계실로 통하는 방화문을 거쳐 외부로 대피할 수 있도록 계획돼 있었지만 벽돌로 막아놨다. 결로를 막기 위해서다.
결국 지하 2층의 근로자 4명은 폐쇄된 방화문 지점을 뚫고 대피를 시도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지상 1층부터 옥상까지 연결된 옥외 철제 비상계단은 설계와는 다르게 외장을 판넬로 마감해 지하 2층에서부터 시작된 불의 확산통로가 됐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발생과 피해 확산의 근본적 원인이 되었던 공기단축과 관련한 중요 책임자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하겠다”며 “또 공사과정에서의 불법행위와 여죄 등도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