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하나 잘팔려도 대박"…백화점도 뛰어든 화장품 사업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오정은 기자 2020.06.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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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나도 1억이면 화장품 CEO" (下)

편집자주 아모레,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 뷰티 빅3가 대한민국 뷰티산업을 이끌던 시대는 끝났다. 누구나 자본금 1억원이면 자신만의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이 구축한 세계 최고의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방식) 생태계 덕분이다. 여기에 유통 디지털혁신과 인스타그램 세포마켓의 급성장이 맞물리면서 화장품 진입장벽은 완전히 붕괴됐다. ‘레드마켓’으로 꼽히는 뷰티시장에 신규진출이 잇따르는 이유다. 뷰티산업의 달라진 게임의 법칙을 분석해본다.

"잘만든 화장품 하나면"…'부캐'로 대박 꿈꾸는 백화점·제약사
동국제약이 전개하는 센텔리안24 마데카크림동국제약이 전개하는 센텔리안24 마데카크림


지난 2015년 '마데카 크림'을 내놓으며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동국제약은 5년만에 시가총액이 3배 가까이 늘었다. 핵심 제품인 마데카 크림이 출시 5년간 판매량 1700만개를 달성하며 전사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화장품 매출은 연평균 50% 이상씩 고성장했다.

패션, 유통, 제약업체 등이 잇따라 화장품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신생업체라도 '대박' 아이템 하나로 기업가치가 달라질 만큼의 성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대형 유통업체들의 화장품 사업 확대가 두드러진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달 자체 화장품 브랜드 '오노마'를 출시한데 이어 현대백화점 그룹 계열 한섬도 화장품 브랜드 출시를 알렸다.

유통업체인 신세계와 현대는 백화점에서 온라인몰까지 탄탄한 유통망을 갖춰 브랜드 론칭에 매우 유리하다. 신세계는 한방화장품 브랜드 '연작'을 백화점 1층 명품화장품 '명당' 자리에 입점시켰고 백화점 건물 전면 광고까지 해주며 브랜드 안착을 도왔다. 새로 출시한 '오노마(onoma)' 역시 신세계그룹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와 신세계 온라인몰인 SSG닷컴을 통해 판매한다



한섬은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 클린젠 지분 51%를 인수하고 오는 2021년에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다. 또 현대백화점 그룹(현대HCN)은 화장품 원료 회사 SK바이오랜드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그룹 차원에서 화장품 사업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동국제약·유한양행 등 제약업체와 LF 등 패션업체도 화장품을 신성장동력 삼아 시장에 진입 중이다. 국내 화장품 시장은 이미 브랜드 수만 2만개가 넘는 '레드 오션'이지만 기존 제약이나 패션 사업에 비해 수익률이 좋고 성공 가능성도 높다.

또 한국콜마·코스맥스 등 대형 ODM(완제품을 브랜드에 공급하는 기업) 업체가 존재해, ODM 사업모델이 보편화돼 있다는 점도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요인이다. 자체 공장 등 대규모 설비투자 없이도 어렵지 않게 화장품 브랜드를 창업할 수 있고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에서 제약 개발로 쌓아 온 기술력과 전문성을 내세우거나 대형 유통업체에서 유통망을 활용해 화장품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를 여럿 찾아볼 수 있다"며 "본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는 화장품 시장을 넘보는 기업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령 기자

1억원이면 화장품 CEO 되는 요즘, 서경배 '왕좌' 어떻게 지킬까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5월 29일 서울 명동 아이오페랩에 방문해 맞춤형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식약처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5월 29일 서울 명동 아이오페랩에 방문해 맞춤형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식약처
유통업체, 제약업체 등 화장품 산업에 뛰어드는 플레이어들이 늘어나면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 빅 2 화장품업체들은 적극적인 방어 태세에 돌입했다. 특히 코로나19로 면세 채널이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직격탄을 맞은 이들 업체는 장기간 쌓아 온 브랜드 파워와 R&D(연구개발) 능력을 기반으로 레드오션에 진입한 화장품 시장의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준비된 맞춤형 화장품, 미래 먹거리 될까

지난 3월 14일 전세계 처음으로 '맞춤형 화장품' 제도가 국내에서 시행됐다. 맞춤형 화장품제도는 자격 시험을 통과한 조제관리사가 개인의 피부상태, 선호도 등을 반영해 개인별 진단결과에 맞는 화장품을 소분하거나 혼합하고 다른 원료를 더해 만들어 판매하는 제도다. 정체되고 있는 화장품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히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주요 화장품 기업들은 시범사업부터 뛰어들며 시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7년 11월부터 5개월 동안 아이오페 랩에서 3D 마스크와 개인 맞춤형 세럼을 체험하는 시범 서비스를 운영한데 이어 맞춤형 화장품 제도가 정식 시행되면서 서울 명동에 '아이오페 랩'을 재개장하면서 '맞춤형 3D 마스크'를 공식 출시했다. LG생활건강은 CNP에서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를 시범운영 중이다.

맞춤형 화장품의 경우, 초기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다. 조제관리사 등 전문 인력 양성과 원료 개발, 확보, 제조 기기 등 설비도 갖춰야 한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산업은 중장기적으로 맞춤화, 디지털화, 고급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며 "맞춤형 화장품 시장이 본격화될 경우 자본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이 투자, 기기, 제품 개발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그동안 꾸준히 강조해 온 '초격차' 경쟁력 역시 같은 맥락이다. 차별화된 기술력과 투자 없이는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강조한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위기 타개의 해답은 '온라인·럭셔리'

중국 시장, 특히 면세 채널이 실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은 불가피하다. 동시에 코로나19는 온라인, 언택트 소비 등 채널 전략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이커머스 채널 전략이 늦었던 아모레퍼시픽도 오프라인 채널 구조조정과 디지털 채널 대응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한편에서는 럭셔리 중심의 라인업을 확충하며 기존 브랜드력을 강화하고 있다. 브랜드 신뢰도는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고객들의 취향이 쉽게 바뀌는 화장품 시장에서 가장 확실하게 고객 충성심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의 경우 후 브랜드 외에 숨과 오휘의 럭셔리 라인을 강화하면서 꾸준히 포트폴리오를 넓혀 왔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고가라인 출시에 이어 신규 브랜드인 시예뉴를 론칭했다.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더마코스메틱 등 핵심 브랜드 확충도 경쟁력 강화의 한 축이다. 특히 LG생활건강은 CNP(차앤박)에 이어 글로벌 브랜드 '피지오겔'을 인수하며 핵심 카테고리를 넓혀가고 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화장품 산업의 진입은 매우 쉽지만 시장에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며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은 장기간 구축한 마케팅 노하우와 기술력, 다양한 브랜드가 있고 화장품 업황의 부침에서 살아남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간에 화장품 산업에서 성공하는 건 쉬울지 몰라도 장기간 살아남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은령 기자, 오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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