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는 다 폭리라구요?"…'아옳이' 김민영이 만드는 화장품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0.06.10 11:01
글자크기

[MT리포트]"나도 1억이면 화장품 CEO"...뷰티산업, 달라진 '게임의 법칙'

편집자주 아모레,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 뷰티 빅3가 대한민국 뷰티산업을 이끌던 시대는 끝났다. 누구나 자본금 1억원이면 자신만의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이 구축한 세계 최고의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방식) 생태계 덕분이다. 여기에 유통 디지털혁신과 인스타그램 세포마켓의 급성장이 맞물리면서 화장품 진입장벽은 완전히 붕괴됐다. ‘레드마켓’으로 꼽히는 뷰티시장에 신규진출이 잇따르는 이유다. 뷰티산업의 달라진 게임의 법칙을 분석해본다.

하트시그널에 출연해 유명해진 서주원씨의 배우자 인플루언서 김민영씨는 지난 2월 화장품 브랜드 '로아르'를 론칭했다. 하트시그널에 출연해 유명해진 서주원씨의 배우자 인플루언서 김민영씨는 지난 2월 화장품 브랜드 '로아르'를 론칭했다.


"인플루언서가 화장품을 론칭만 하면 대박 난다는 것이 바로 편견이죠. 오히려 '인플루언서가 파는 물건은 믿을 수 없다' '폭리를 취한다'는 편견을 이겨내고 제대로 된 제품을 내놓는 것이 어려웠어요. "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아옳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김민영씨(29)는 40만 구독자·팔로워를 지닌 '인플루언서'다. 김씨는 올해 2월 화장품 브랜드 '로아르(LOAR)'를 론칭했다. 요즘 인스타그램 세포마켓(온라인 1인 마켓)에서 흔하다는 화장품 브랜드 론칭이지만 소문만큼 실제로 브랜드를 내놓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김씨는 말한다.



"유명해지니까 화장품 공동구매를 하자는 제안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공동구매를 하려고 받은 화장품을 써보면 100%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저를 믿고 팔로우(구독)해주는 분들은 다 제 팬인데 실망하시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직접 화장품을 만들고 브랜드를 론칭하기로 결심했죠. "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성장한 세포마켓에서 대부분의 인플루언서는 '공동구매' 형식으로 화장품을 판매한다. 공동구매는 구매 수량을 정확하게 예측해 주문 들어온 물량만 조달·판매하는 시스템으로 재고 부담을 안을 필요가 없어서다. 하지만 김씨는 공동구매 대신 스스로 화장품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비용과 재고가 부담스럽지만 직접 만들지 않고서는 제품을 신뢰할 수 없어서였다.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사업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했다.



김민영씨는 모델에서 인플루언서로, 뷰티 셀럽에서 뷰티 CEO로 변신하고 있다김민영씨는 모델에서 인플루언서로, 뷰티 셀럽에서 뷰티 CEO로 변신하고 있다
고르고 골라 국내 화장품 ODM(제조자 개발 생산) 3위 업체 코스메카코리아와 화장품 론칭을 준비했다. 스스로를 코덕(코스메틱 덕후)이라고 부르는 김씨는 민감성 피부로 피부 트러블을 해결할 화장품을 가장 먼저 고민했는데, 그래서 처음 출시한 품목이 바로 세안제였다.

"보통 클렌징 제품은 저렴한 제품으로 아무거나 고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제대로 된 클렌징 제품을 쓰면 트러블도 개선되고 피부가 많이 좋아지는 걸 직접 경험해서, 다른 제품보다 클렌징 화장품을 먼저 만들게 됐어요. "

김씨는 코스메카코리아와 협업해 제품에 특허받은 보습 성분과 꿀, 로얄젤리, 병풀 추출물을 직접 골라 첨가했다. 약산성에 최대한 순한 '무자극' 제품으로 제작했고 제품 용기는 뚜껑 하나까지 본인이 선택했다. 깐깐한 고객처럼 스스로 묻고 따지며 출시한 첫 신제품이다.


40만 팔로워를 보유한 김씨지만 최대 고민은 '홍보·마케팅'이다. 본인의 인스타그램, 유튜브 외의 채널에서 제품을 어떻게 홍보하고 판매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는 것.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쓰기보다는 제품력이 고객들에게 검증되길 기다리는 중이다.

김민영씨가 코스메카코리아와 손잡고 출시한 로아르 클렌징 세럼 김민영씨가 코스메카코리아와 손잡고 출시한 로아르 클렌징 세럼
김씨의 야심작이자 로아르의 차기 제품인 쿠션은 국내 1위 ODM기업 코스맥스와 함께 준비 중이다. 상시 마스크 착용을 감안해 마스크에 잘 묻지 않고 지속력 강한 제형에 노화방지 성분인 트러플(서양 송로버섯) 추출물을 담았다.

아직 브랜드 초기 단계라 쉽지 않다는 김씨는 "예전에는 인플루언서가 판다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물건을 사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며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겸손한 화장품을 꾸준히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