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도 아시안 차별하잖아"…'플로이드 추모'가 불편해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2020.06.0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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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드 사망 사건' 추모시위 참가자들이 6일 서울 명동에서 출발해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피켓 등을 들고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침묵행진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플로이드 사망 사건' 추모시위 참가자들이 6일 서울 명동에서 출발해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피켓 등을 들고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침묵행진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플루이드 추모 연설문에 아시안(Asian)만 쏙 빠짐'

지난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4일(현지시간) 미니애폴리스 노스센트럴 대학에서 열린 조지 플로이드 추도식의 흑인 민권 운동가 알 샤프톤의 연설문을 언급한 것이다.



게시글 작성자는 "(샤프톤 목사가) 마틴 루터킹을 인용하며 흑인, 백인, 라틴, 아랍만 언급했다"며 "아랍은 넣으면서 아시아인은 뺐다"고 지적했다. 댓글에서는 '흑인은 자신들만 차별받는다 생각한다',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은 무시한다' 등의 동조 여론이 일었다.

샤프톤 목사의 추도문은 전체적 맥락에서 보면 인종차별 자체에 대한 저항이다.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적 의미를 내포했다고 볼 수 없음에도, 온라인에서는 불편하게 보는 시선이 이어졌다.



'숨 쉴 수 없어' 명동에서도 연대…왜 흑인에만 집중해?
'플로이드 사망 사건' 추모시위 참가자들이 6일 서울 명동에서 출발해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숨을 쉴 수 없어'라는 문구가 적힌 검정마스크와 피켓 등을 들고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침묵행진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플로이드 사망 사건' 추모시위 참가자들이 6일 서울 명동에서 출발해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숨을 쉴 수 없어'라는 문구가 적힌 검정마스크와 피켓 등을 들고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침묵행진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지난 6일 서울 명동에서 진행된 플로이드 추모 시위를 두고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이날 검은색 상·하의를 입고 참여한 100여명은 'I can't breathe(숨을 쉴 수 없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캐나다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는 회사원 이모씨(32)는 "인종차별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면 '흑인의 삶이 중요하다'가 아니라 '인종차별 자체를 없애자'는 운동을 해야 한다"며 "우리는 전혀 차별을 안 당하는 관점처럼 얘기하니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의 논리는 코로나19(COVID-19) 상황에서 벌어진 아시아인 차별이 근거가 됐다. 코로나19가 유럽에 확산할 당시 많은 중국인을 비롯해 한국인, 일본인을 향한 인종차별적 발언이 나왔다.

미국에서는 아시아인 여성이 마스크를 썼다고 폭행당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폭행당하기도 하는 등 인종차별적 행태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아시아인의 인종차별에는 눈 감던 사람이 흑인이 당한 차별에만 분노한다"고 반발한다.

래퍼 도넛맨 역시 지난 5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동양인 또한 차별받지 않는 인종은 아니다"라며 "이번 사건과 그로 인한 움직임들에 큰 의미가 있다는 건 체감하지만 큰 관련이 없음에도 시류에 편승해 검은 사진을 올리는 게 저는 마냥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올리기도 했다.

흑인만 존중? 전문가 "인류 전체 차별 없애자는 것"
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거대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플래카드를 펼치며 집회를 하고 있다.  / 사진=AFP(뉴스1)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거대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플래카드를 펼치며 집회를 하고 있다. / 사진=AFP(뉴스1)
반면 '흑인 vs 아시아인' 구도를 만드는 것이 인종차별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눈에는 눈'식의 인종분리적 태도는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도 흑인에 대한 존중을 넘어 인류 전체를 아우르는 차원의 메시지를 냈다. BTS는 지난 4일 공식 SNS 트위터에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합니다. 나, 당신, 우리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이런 논란이 우리 사회가 가진 폐쇄성을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봤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백인과 흑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듯이, 우리 스스로 인종차별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흑인 문제라고 유별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폐쇄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임 교수는 "단일민족 국가라는 고립주의 환상이 있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설 교수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고 시위를 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면서도 "인종차별 문제에 관해서는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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