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재용 영장 청구 무리수, 망신주기 의도" 재계 우려 목소리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0.06.07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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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청구 사유 해당 안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이 또다시 총수 부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재계와 법조계 안팎에선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 자체가 무리수라는 점에서 망신주기 의도가 다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불구속 재판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는 8일 오전 10시30분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 3명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에게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혐의와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한다. 특히 이 부회장이 이를 인지하고 지시하거나 관여한 혐의가 있다고 본다.

재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무리하게 청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지가 없거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거나 △도주의 염려가 있는 경우 구속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주거지가 일정한 데다 한국 최대 기업 총수로 기업을 팽개치고 도주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로만 1년 6개월 이상 수사를 이어온 상황에서 이제 와서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에서도 이런 이유 때문에 검찰이 이 부회장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 영장을 청구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장기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예상이 그동안 쭉 있었다"며 "증거인멸이나 도주 염려가 없는 상황에서는 원칙적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면서 혐의를 다툴 수 있는 방어 기회를 충분히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코로나19(COVID-19) 확산과 미중 무역분쟁 격화, 한일 외교갈등 재현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계속 노출될 경우 위기 극복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날 대언론 호소문을 통해 "삼성이 위기"라며 "삼성의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등 외신도 일제히 삼성그룹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반응을 내놨다. 블룸버그는 지난 4일 "이 부회장이 현재 재판에서 몇 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며 "그 결과는 한국의 기업들과 정부 사이의 민감한 관계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5일 검찰의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소식을 전하며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그룹의 경영자원이 재판 대책으로 할애돼 중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지연되는 등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죄가 선고된다면 대신할 인물이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프랑스 AFP통신은 "(이 부회장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다면 삼성은 가장 중요한 결정권자를 잃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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