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승격' 질병관리청, 직접 진화나선 정은경(종합)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김근희 기자 2020.06.0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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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강종민 기자 =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29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브리핑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정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중앙임상위원회의 의견을 반영,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렘데시비르의 해외의약품 특례수입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0.05.29.   ppkjm@newsis.com[청주=뉴시스]강종민 기자 =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29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브리핑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정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중앙임상위원회의 의견을 반영,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렘데시비르의 해외의약품 특례수입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0.05.29. [email protected]


정부가 질병관리본부를 청(廳)으로 승격해 독립적 권한을 주는 정부조직 개편에 나섰지만 시작부터 ‘무늬만 승격’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는 질본 인력이 줄고 국립보건연구원 등 핵심 연구역량도 보건복지부로 이관되기 때문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승격을 환영하면서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진화에 나섰다.



질본-복지부 “국립보건연구원, 보건의료사업 전반 연구” 한목소리
[서울=뉴시스]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공) 2020.06.04.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공) 2020.06.04. [email protected]
정 본부장은 4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브리핑에서 국립보건연구원의 복지부 이관에 대해 "보건연구원은 연구개발(R&D) 컨트롤타워로 복지부의 여러 연구사업과 통합되고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행정안전부가 전날 입법예고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질본의 청 승격 △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과 함께 △질본 장기‧조직‧혈액 관리기능의 복지부 이관 △국립보건연구원을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한 후 복지부로 이관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에 따라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본에서 떼어내고 복지부로 이관할 경우 오히려 질본 인원이 907명에서 746명으로 줄고 예산은 8171억원에서 6689억원으로 감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본부장은 "청이 되면 여러 조직이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 국립보건연구원만 뺀 상태로 조직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기능을 이관하더라도 감염병 연구조직과 인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행안부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국립보건연구원이 ‘보건의료 연구개발의 컨트롤타워’라는 언급은 복지부와의 협의를 통해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 윤태호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도 “국립보건연구원은 여러 가지 기초연구 등을 다 포괄하기 때문에 범정부적 협조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갑 교수 “황당한 내용, 철회돼야”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대한감염학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관련 언론 간담회가 열린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학회 사무실에서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2.06.   chocrystal@newsis.com[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대한감염학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관련 언론 간담회가 열린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학회 사무실에서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2.06. [email protected]
질본 수장과 복지부가 질병관리청 승격과 관련한 문제제기에 한 목소리로 대응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국립보건연구원 이관 등에 따른 ‘감염병 연구기능 공백’ 논란은 지속될 조짐을 보인다.

이재갑 교수는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감염병 기초연구와 실험연구, 백신연구와 같은 기본적인 연구기능을 수행하고 있던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본에서 쪼개고 국립감염병연구소를 붙여서 복지부로 이관한다는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가 ‘질병관리청 승격. 제대로 해주셔야 합니다’는 제목으로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오후 6시 현재 2만여명의 국민이 참여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질본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 제기된 만큼 청원 참여인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교수는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황당한 내용”이라며 "질본의 국장과 과장 자리에 복지부의 인사 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행시 출신을 내려보내던 악습을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 하려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신설되는 국립감염병연구소는 질병관리청 산하에 남아있어야 감염병 대비역량 강화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질병관리청이 한국의 감염병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K-방역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확실히 격려하고 밀어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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