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최근 3개월 동안 코스피가 21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가 완면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인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3일 코스피가 크게 뛰면서 외국인도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이를 방향전환이라고 예단하기 어렵다.
시장 일각에선 외국인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꼽는다. 공매도 금지로 숏(Short,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파는 전략)을 못해 롱숏펀드 자금이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또 공매도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가격에 거품이 끼어 투자매력이 사라졌다는 주장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외국인들이 시장을 이탈하긴 했지만, 원인을 공매도에서 찾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
한국 주식 가격에 거품이 껴서 외국인이 투자를 꺼린다기보다는, 환율이나 신흥시장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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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전체적으로 매력 못 느껴…원화 가치 약세도 문제인덱스펀드로 움직이는 외국인 자금이 신흥국 ETF(상장지수펀드)에 크게 유입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수 대금 중 패시브 성격을 띄는 프로그램 매매 비중이 54%에 달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며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후 EEM(iShares MSCI Emerging Markets ETF), IEMG(iShares Core MSCI Emerging Markets ETF) 등 신흥국 ETF에 대한 자금 유입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달러 흐름이 지속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차손 확대 우려로 신흥국 투자 비중을 축소한다.
허 대표는 "우리나라는 방역 체계가 좋아 코로나19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판단하겠지만, 기업 실적은 2분기가 더 우려되는 등 불확실성이 있다"며 "다른 신흥국 역시 코로나19 리스크가 여전해 패시브 자금 성격이 강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엔 단타성 유럽계 자금 이탈, 올해는 장기투자형 미국계 이탈
외국인 자금은 크게 미국, 유럽, 아시아 자금으로 나뉘는데, 이중 유럽과 아시아 지역이 단기투자 성향이 강한 것으로 분류된다. 유럽은 룩셈부르크 등 조세회피지역에서 운용하는 헤지펀드 자금이 많아 이들이 공매도 등 다양한 전략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이탈한 자금은 미국계로, 1~4월 간 9조7000억원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유럽계 자금(5조8000억원) 유출액보다 크다.
2008년과 2011년 유럽계 자금이 주로 외국인 자금 이탈을 이끈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2011년 공매도 금지기간인 8~10월 3개월 동안 유럽계 자금은 4조9100억원 이상 빠졌는데, 미국계는 1조1200억원 이탈하는 수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