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주만에 휘발유 올랐는데…정유업계 아직 고개 숙인 이유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06.01 15:45
글자크기
18주만에 휘발유 올랐는데…정유업계 아직 고개 숙인 이유


'마이너스' 가격으로 추락했던 국제유가가 5월 한 달간 반등에 성공했다. 올 1분기 4조원 규모의 적자를 봤던 국내 정유업계에 일단 '유가 폭락' 먹구름은 걷힌 셈이다.

하지만 아직 안심은 이르다. 수요부진으로 인한 '마이너스' 정제마진 국면은 계속되고 있다.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데 유가만 오를 경우 정제마진 감소는 더 뚜렷해질 수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지난 한 달간 88.4% 폭등하며 월간 기준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한국으로 많이 수입되는 두바이산 원유 가격도 지난 한 달 20.4% 뛰었다.

지난 5월 저장고 부족과 수요 감소에 따른 공포로 한때 마이너스까지 떨어진 국제유가는 전 세계적 봉쇄 완화 기대감으로 역대급 상승률을 보였다. 유가가 급등하자 원유를 정제한 제품인 '휘발유'의 국내 가격도 상승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5월 넷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리터당 9.8원 오른 1258.6원을 보였다. 이는 18주만의 가격 반등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유가 반등이 반갑다. 1분기 내내 이어진 유가 폭락이 SK이노베이션 (109,600원 ▲600 +0.55%)과 GS칼텍스, 에쓰오일 (70,300원 ▲200 +0.29%),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 빅4의 1분기 전체 영엄손실(4조3774억원)을 만든 주 원인이기 때문이다.

정유사는 원유를 사들인 후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 2~3개월 후 판매하는데 유가가 단기간에 급락하면 비싸게 산 원유 가치가 크게 떨어져 정유업계는 그만큼 더 손해를 본다. 이른바 '재고평가손실'인데 1분기 빅 4사의 영업손실 중 70~80%가 이 재고평가손실 때문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만큼, 2분기에는 재고평가손실 부담을 한결 덜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 2분기 실적은 여전히 낙관하기 힘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이 내놓은 SK이노베이션의 올 2분기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4014억원이다. 에쓰오일도 -400억원으로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이는 유가와 함께 정유사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여전히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제반비용을 뺀 차액이다. 이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수요와 유가가 핵심 변수인데, 5월 유가 상승은 현실로 나타났지만 석유제품 가격은 여전히 하락세여서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는 변함 없다.

특히 지금처럼 유가만 뛰고 석유제품 가격은 오르지 않는다면 정제마진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이 통상 배럴당 4~5달러 수준인데 현재 정제마진은 마이너스 상태"라며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돼 가격이 오르기 전에는 정유사들의 영업손실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