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직 안심은 이르다. 수요부진으로 인한 '마이너스' 정제마진 국면은 계속되고 있다.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데 유가만 오를 경우 정제마진 감소는 더 뚜렷해질 수 있다.
지난 5월 저장고 부족과 수요 감소에 따른 공포로 한때 마이너스까지 떨어진 국제유가는 전 세계적 봉쇄 완화 기대감으로 역대급 상승률을 보였다. 유가가 급등하자 원유를 정제한 제품인 '휘발유'의 국내 가격도 상승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5월 넷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리터당 9.8원 오른 1258.6원을 보였다. 이는 18주만의 가격 반등이다.
정유사는 원유를 사들인 후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 2~3개월 후 판매하는데 유가가 단기간에 급락하면 비싸게 산 원유 가치가 크게 떨어져 정유업계는 그만큼 더 손해를 본다. 이른바 '재고평가손실'인데 1분기 빅 4사의 영업손실 중 70~80%가 이 재고평가손실 때문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만큼, 2분기에는 재고평가손실 부담을 한결 덜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 2분기 실적은 여전히 낙관하기 힘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이 내놓은 SK이노베이션의 올 2분기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4014억원이다. 에쓰오일도 -400억원으로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이는 유가와 함께 정유사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여전히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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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제반비용을 뺀 차액이다. 이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수요와 유가가 핵심 변수인데, 5월 유가 상승은 현실로 나타났지만 석유제품 가격은 여전히 하락세여서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는 변함 없다.
특히 지금처럼 유가만 뛰고 석유제품 가격은 오르지 않는다면 정제마진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이 통상 배럴당 4~5달러 수준인데 현재 정제마진은 마이너스 상태"라며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돼 가격이 오르기 전에는 정유사들의 영업손실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