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몽콕지구에서 반정부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사진=AFP
부동산 및 이주 컨설팅업체 글로벌홈의 게리 렁 대표는 "2~3분 간격으로 이주 문의가 들어온다"며 "대만과 유럽이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들 국가에 대한 문의는 평상시 약 20배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이후 도시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최근 중국의 홍콩보안법 통과 이후 이주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이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은 뒤 보장해온 '일국양제' 원칙이 훼손될 경우, 도시 특수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홍콩 탈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은 이민자수 통계를 따로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외국인 비자 신청에 필요한 '우수 시민증' 신청 건수 증가는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된다. 이를 살펴보면 우수 시민증 월별 신청 건수는 2019년 6월부터 2020년 4월까지 매달 평균 2935건으로 2018년 대비 50%나 급증했다.
코로나19(COVID-19)로 적지 않은 국가가 국경을 폐쇄한 가운데 홍콩인들이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곳은 영국이다. 최근 영국 국회의원들이 홍콩 시민들에 대한 입국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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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홍콩을 중국에 반환할 당시 1997년 6월30일 이전 홍콩 태생인들에게 자유롭게 왕래는 하되 일과 거주 권리는 없는 'BN(O)여권'(British National(Overseas) Passport)을 지급했는데, 최근 영국 정부는 BN(O) 지위를 가진 300만명의 홍콩 시민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는 길을 열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홍콩 내 다국적 기업들에게는 당혹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가뜩이나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경제 무역 특혜 등 홍콩 특별 지위 철회를 경고하면서 도시 매력이 반감된 가운데 현지 인재들의 탈출이 가속화될 경우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내 미국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최고위급 직원들을 홍콩에서 상주하도록 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홍콩 행정부와 중국 당국은 홍콩인들의 기본권과 자유를 보장할 것이라는 점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28일 홍콩보안법에 대해 "'극소수의 불법 및 범죄행위'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며 "압도적인 다수 시민의 생명과 재산, 기본권, 자유가 보호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