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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에겐 백종원이 없다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20.05.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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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309>투자 고수가 나와 조언을 해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면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대표적인 음식 관련 예능 프로그램인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요식업 대선배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특정 식당을 찾아가 문제점을 찾아내고 사이다 같은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청자들의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리고 해당 식당이 백종원의 해결책을 따른 후 대박이 나게 되면 더욱 화제가 된다.

그래서 전국 각지의 식당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하고 싶어 줄을 섰다는 얘기가 나온다. 결국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전국의 식당 주인들에게 훌륭한 ‘식당운영 교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성공한 선배로부터 조언을 듣고 해결 방안을 얻기를 바라는 사람이 비단 식당 주인뿐이랴. 주식 투자를 하는 전국의 수백만명에 달하는 개미들도 투자 고수을 만나 조언을 듣고 대박을 내고 싶어 하기는 매한가지다.



예컨대 이름난 투자 고수가 전국 각지의 개미들을 찾아가 그들의 투자내역과 방식을 듣고 문제점을 파악해서 투자비법을 제시해준다면 얼마나 도움이 될까. 백종원 대표가 식당 주인에게 틈틈이 좋은 레시피를 알려주듯이 투자 고수가 유망한 투자종목을 소개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을 터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 이유는 사람들이 무턱대고 식당을 개업하면서 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식당에 손님이 없고 장사가 안 되는 이유는 가지가지다. 천 개의 식당이 있다면 천 개의 이유가 있고 저마다 사정이 다르다. 어느 식당은 음식 맛이 형편 없고, 또 어느 식당은 서비스가 엉망이고, 또 다른 식당은 청결위생관리가 기준 이하고 등등이다.

이때 요식업으로 성공한 백종원 대표가 직접 찾아와 무료로 컨설팅을 해주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게다가 인기 TV 프로그램 광고효과는 덤으로 따라온다.

마찬가지로 전국의 수많은 주식 개미들 가운데 돈을 벌지 못하고 번번이 실패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개미는 공부를 제대로 안 해서, 또 어떤 개미는 과다한 레버리지를 사용해서, 또 어떤 개미는 비이성적인 판단을 내려서 등등이다.

그런데 주식 투자로 번번이 돈을 잃으면서도 자신의 문제점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실패를 반복하는 개미들은 스스로 문제점을 깨닫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오는 식당 주인들처럼 말이다. 그저 ‘난 주식으로 돈을 벌 운이 없나 보다’라고 그저 운으로 돌리고 만다.

백종원 대표의 해결 방안을 충실히 이행한 후 장사가 잘 돼 대박이 나는 식당이 나오는 것처럼, 투자 고수로부터 조언을 받으면 훌륭한 투자 성과를 거둘 개미들이 적지 않을 텐데 말이다. 그저 그런 기회가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미국 증권방송 cnbc의 매드머니(Mad Money) 프로그램엔 짐 크레이머(Jim Cramer)라는 전직 헤지펀드 매니저가 나와 수많은 개미들에게 여러가지 투자 조언을 해주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고수를 만날 수 없다면 투자학 교과서를 대안으로 활용해보면 어떨까? 투자 고수로부터 직접 조언을 듣는 것에 못 미치겠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매일매일 쏟아지는 뉴스와 군중심리, 루머와 테마주 편승해 여기저기 투자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교과서에 나온 투자방식 가운데 일반 개미들이 가장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우량주를 꾸준히 사 모으는 적립식 주식 투자다. 예컨대 은행 정기적금에 정기적으로 예금을 하는 것처럼, 주식펀드에 정기적으로 투자금을 입금하거나 특정 주식을 정기적으로 매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최소한 3년 넘게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국내 증시에서 우량주를 꼽으라면 단연코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등하는 바이오·제약주와 언택트 관련 인터넷·게임주도 우량주이지만, 삼성전자만큼 글로벌 경쟁력과 성장성, 현금창출능력을 모두 갖춘 우량 기업은 없다.

그럼 국내 최고의 우량주인 삼성전자를 투자학 교과서에 나온 대로 꾸준히 적립식 투자를 하면 대박을 낼 수 있을까? 삼성전자의 안 모 사외이사는 2019년 5월 말부터 매월 꾸준히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하는 적립식 투자를 실천해 왔다. 매월 말일 무렵에 100주씩 정기적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했다. 지난해 5월 말부터 올해 5월 초까지 13개월째 꾸준히 적립식 주식투자를 실천하고 있다. 안 이사는 서울대 의대 교수로 주식 비전문가다. 그도 개미의 한 사람이다.

개미들에겐 백종원이 없다
안 이사의 지난 13개월간 총 투자액은 6427만원이다. 삼성전자 주가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매달 말일 무렵에 기계적으로 주식을 매수했다. 그래서 매수량은 100주로 동일해도 매입단가는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 주가가 아주 비쌀 때도 마치 정기적금 붓듯이 100주를 매수했고, 주가가 많이 떨어졌을 때도 어김없이 100주를 샀다.

그래서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하락했던 지난해 5월과 8월에 매입한 주식은 평가수익률이 17~18%에 달하고, 반대로 주가가 크게 올랐던 올해 1월과 2월에 매수한 주식은 –10~-14%의 평가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29일 종가 기준으로 안 이사의 평가수익률은 2.6%다. 올해 5월까지 코스피 상승률이 –7.65%이므로 안 이사의 적립식 주식투자는 시장을 상회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 안 이사가 처음 적립식 주식투자를 시작한 시점부터 계산하면 코스피 상승률이 –0.94%로 안 이사의 투자 성적이 훨씬 더 낫다. 이쯤 되면 주식을 모르는 비전문가인 개미들에게 교과서가 어느 정도 유용한 ‘투자 교본’이 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개미들에게 가장 좋은 것은 투자 고수에게 직접 조언을 듣는 것이다. 식당 주인이 백종원 대표에게 직접 해결 방안을 얻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이 대신 잇몸’이라고 투자 고수를 만날 기회가 없을 땐 교과서라도 열심히 참조하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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