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금리인하…2금융권 강타, 보험업계 '진퇴양난'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김세관 기자 2020.05.2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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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또 한 번 낮추면서 2금융권은 한숨이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역마진이 더 커지고 자본확충 부담까지 더해져 타격이 상당할 전망이다. 카드업계는 직접적인 충격은 없지만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이나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등의 금리인하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28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0.75%에서 0.50%로 25bp(1bp=0.01%포인트) 낮췄다. 코로나19(COVID-19) 확산 이후 두 번째 금리 인하로 사상 최저치다.



금리에 민감한 보험업계는 즉각적으로 부담이 커진다. 국내 보험사들은 주로 채권에 투자해 자산운용을 한다. 금리가 인하되면 수익률도 함께 내려갈 수밖에 없다. 특히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상품이나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제공하는 상품은 계속 높은 금리를 적용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자산운용으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역마진 현상이 심화한다. 보험사들은 1990년대 7~8%대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대거 판매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예상보다 빠른 금리인하는 저금리로 자산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사에게는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평가성 준비금 적립부담도 늘어난다. LAT(부채적정성평가), 보증준비금 등 평가성 준비금의 경우 금리가 하락하면 할인율이 낮아지므로 준비금 적립부담은 커진다. 장기적으로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과 신 지급여력제도인 킥스(K-ICS) 도입 시 보험부채 시가평가를 위한 할인율도 하락해 부채가 늘고 자본은 감소해 자본확충도 더 해야 한다. 금리가 0.1%(=10bp) 떨어질 때마다 사별로 수천억~수조원대 자금확충 부담이 발생한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시중금리와 국고채금리가 영향을 받게 되면 보험사는 LAT의 할인율이 떨어져 준비금을 더 쌓아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예정이율을 인하와 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져 보험사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의 예정이율이 올 들어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떨어진 가운데 추가로 예정이율 인하를 검토하는 회사도 늘어날 전망이다.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업계(여신업계)는 당장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주로 회사채를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조달 금리가 낮아지면 자금 확보에 필요한 이자비용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조달금리 역시 연달이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 은행과 보험 업계가 금리 또 한 번의 금리 인하로 울상이지만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여건이 다른 셈이다.

다만 여전업계는 금리 인하만큼의 수익성 개선을 고스란히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미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심리가 채권 시장에 반영돼 여전채(카드채+캐피탈채) 발행 금리가 하방 경직에 들어선 상황이다.

아울러 0%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인하됐다는 것은 경기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경기에 민감한 카드사와 캐피탈사임을 고려하면 국고채 금리와 여전채 간 스프레드가 더 벌어져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조달 비용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 리스크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카드대출 상품의 금리 인하 압박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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