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성동구 금호스포츠센터를 찾은 주민들이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전자명부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스1(성동구 제공)
정부가 다음 달부터 클럽 등 고위험시설 출입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하기로 하자 시민사회에서 기본권 침해라는 반발이 나온다. 확진자 동선 공개, 안심밴드 착용에 이어 또 한 번의 민감한 이슈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리얼미터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정확한 출입자 명단을 확보하고 신속한 방역관리망을 작동시키기 위해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방역당국은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이용자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태원 클럽과 관련된 확진자가 250명을 넘어서면서 전자출입명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28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전자출입명부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절반을 훌쩍 넘는 70.3%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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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침해 우려" 시민단체, 잇따라 반대 성명
코로나19시민사회대책위원회 회원이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열린 '코로나 정부 대책, 문제를 제기합니다'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들은 "중요한 것은 국가가 언제든지 개인을 추적할 수 있고, 국민들이 국가가 감시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라며 "방역이라는 미명 하에 정부가 완벽한 감시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특정한 장소에 출입하는 사람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법률적 근거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위험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이 한 번 도입되면 공공기관과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아무런 제약 없이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미 역학조사 과정에서 신용카드 사용내역, CCTV(폐쇄회로 화면) 등 진료 기록 등 정보를 세세히 확보할 수 있는 만큼 과도한 조치이며 향후 나쁜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K-방역 뒤 인권 문제도 점검할 필요"
2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우사단로의 주점에 '#클린 이태원'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사진=뉴스1
정부 역시 적극적인 방역에 나서면서도 인권침해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함께 내놓고 있다. 전자출입명부의 경우 이용자의 이름과 연락처, 출입시간 등 방역에 필요한 개인정보를21 암호화해 수집하고 4주 후 자동 파기하는 식이다.
또 이 조치는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 '경계' 단계일 때만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박 차장은 "전자출입명부가 도입되면 현재 수기로 적는 것보다 오히려 개인정보가 잘 보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른바 'K-방역'으로 국제 사회의 모범이 되고 있는 만큼 인권 문제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1개 시민단체가 모인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성공적 방역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요한 가치와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