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자금 이탈, 사라지는 펀드들...설마 내 펀드도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0.05.2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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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최근 공모펀드의 자금 이탈이 거세지면서 설정액 50억원 미만 소규모펀드가 크게 늘었다. 한때 5%대로 떨어졌던 공모펀드 중 소규모펀드 비중도 8%대에 육박했다.

금융당국이 펀드 시장 효율화를 위한 소규모펀드 규제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처리해야 하는 운용사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소규모펀드 해소 및 정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펀드 변경 등을 유의해서 살펴봐야 한다.



공모펀드 자금이탈에 늘어나는 소규모펀드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국내 공모추가형 펀드 1932개 가운데 소규모펀드는 154개로 집계됐다. 소규모펀드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 2018년 말 기준 102개였던 소규모펀드는 2019년 말 135개로 늘었다.

공모추가형 펀드에서 소규모펀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커졌다. 2017년 6.37%였던 소규모펀드 비중은 2018년 5.82%, 2019년 7.11%, 2020년(15일 기준) 7.97%로 늘었다.



소규모펀드가 이렇게 늘어나는 이유는 공모펀드 자금이탈 때문이다. 올해 초 '동학개미' 운동으로 주식시장에 자금이 몰리는 동안 공모펀드 시장은 철저히 외면 받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단기금융 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를 제외한 공모펀드 설정원본은 올해 초 약 164조원에서 약 155조원(25일 기준)으로 9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운용사, 신규 펀드 내려면 소규모펀드 정리부터
금융당국은 펀드 시장 효율성 강화를 위해 자산운용사의 소규모펀드 비중을 5% 이내로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운용사는 2020년 5월 말, 2020년 9월 말, 2020년 12월 말 기준에 맞춰 소규모펀드 정리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한다.


소규모펀드를 규제하는 이유는 △정상적인 운용 곤란 △수익률 관리 소홀 △경영비효율 초래 △투자자 투자판단 저해 등이다. 펀드 규모 자체가 작다 보니 정상적인 운용이 어려운 데다 펀드 매니저별 펀드 수 과다로 수익률 관리도 쉽지 않다.

만약 소규모펀드 비중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신규 펀드 설정은 제한된다. 국내 운용사 57개 중 소규모펀드 비중이 5%를 초과하는 운용사는 37개에 달한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높아진 개인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개성 있는 신규 펀드를 적극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모펀드 따라 바뀌는 펀드 성격…꼼꼼히 살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자자 입장에서 소규모 펀드 정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펀드 투자전략 변경 등을 유의해야 한다. 소규모펀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운용사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임의 해지 △모펀드 이전 △소규모펀드 합병 등 크게 3가지다.

운용사가 직접 설정액을 50억원 이상으로 채워넣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최근 공모시장 위축으로 여유자금이 없는 운용사는 모펀드 이전, 소규모펀드 합병을 선택한다. 문제는 설정 당시 목표했던 투자전략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소규모펀드인 '미래에셋인덱스퇴직플랜브라질안정형40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은 최근 모펀드를 이전하면서 투자전략이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에서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로 바뀌었다. 모펀드가 '미래에셋인덱스로브라질증권모투자신탁(주식)'에서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증권모투자신탁(주식)'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규모펀드를 임의해지 하는 경우 2주 이상 투자자에게 유사펀드 이동을 권유하도록 하고 있다"며 "소규모펀드 조치 사항과 관련해 금융투자협회 공시와 함께 운용사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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