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대 국회 '오신환 사보임' 정당했다"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0.05.2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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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다수의견 "사법개혁 정책결정 가능성 높이기 위한 정당성 인정"

/사진=뉴스1/사진=뉴스1


제20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처리하던 중 옛 바른미래당(현 민생당) 소속이었던 오신환 의원을 사개특위에서 제명한 것은 정당했다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다.

헌재는 27일 오신환 의원이 문희상 국회의장을 상대로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기각) 대 4(일부 인용) 의견으로 오 의원의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3당 지도부는 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신속처리(패스트트랙) 대상 안건으로 지정하려 했다. 그러나 오 의원은 바른미래당 지도부 의견과 달리 패스트트랙 지정을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이에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은 사개특위 위원을 오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바꾸겠다는 사보임을 요청했고, 문 의장이 받아들여 오 의원은 사개특위에서 제명됐다. 오 의원은 문 의장의 결정 때문에 국회의원으로서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했다며 이번 권한쟁의 심판을 요구하고 나섰다.



헌재 다수의견은 문제의 사보임은 사개특위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며 오 의원의 청구를 기각했다. 다수의견은 "사개특위의 의사를 원활하게 운영하고 각 정당의 의사를 반영한 사법개혁안을 도출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사법개혁에 관한 국가정책결정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서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사보임은 국회법 제48조 제6항 위반이라고 오 의원 측에서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조항에 따르면 국회 임시회기 중에는 상임위 위원을 개선(교체)할 수 없다. 당시 국회는 임시회기 중이었다.

이에 대해 다수의견은 "개선의 대상이 되는 해당 위원이 '위원이 된(선임 또는 보임된) 임시회의 회기 중'에 개선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이미 이전 회기에서 사개특위에 보임한 상태였으므로 국회법 제48조 제6항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반면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오 의원의 주장이 옳다는 취지로 반대의견을 개진했다. 이들은 오 의원의 사보임에 대해 "사개특위에서 특정 법률안에 대한 패스트트랙 지정 동의안을 가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에 반대하는 오 의원을 심의· 표결 절차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요청된 것"이라며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국회법 제48조 제6항에 대해서는 "법률의 문언 자체가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어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을 활용할 필요가 없다"며 문자 그대로 임시회기 중에는 상임위 위원을 교체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읽어야 한다고 했다. 이런 해석을 토대로 "어느 모로 보나 국회법 제48조 제6항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이은애·이영진 재판관은 별개의견을 통해 오 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당한 것은 맞지만 사보임을 무효로 해달라는 요구까지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되고, 기본적으로 정치는 국회 영역이기 때문에 헌재에서 사보임 무효 결정을 통해 이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이선애 재판관도 오 의원의 권한이 침해당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종석 재판관은 사보임을 무효화해달라는 요구까지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재판관은 "정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하여금 그 고유한 법적 권한인 개별 안건에 대한 표결권마저도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의 의사에 반하는 방향으로는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점에서 그 위반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의원이 행사할 표결권은 '캐스팅보트'에 해당했으므로 그 가치가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오 의원의 권한 침해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향후 동일한 유형의 행위의 반복을 억제하는 데에 한계가 있으며 그 위헌성이 중대한 것이라면 무효임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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