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비만 수천억인데.." 사명 못쓰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0.05.2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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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비만 수천억인데.." 사명 못쓰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56,700원 ▲400 +0.71%)(옛 한국타이어)가 연간 수천억원을 들여 진행 중인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브랜드 전략의 중심인 지주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15,550원 ▲70 +0.45%)의 사명을 쓸 수 없게 되면서다.

한국타이어 측은 글로벌 마케팅은 그동안 지주사 사명이 아닌 '한국타이어' 브랜드를 중심으로 진행해왔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 천억원을 비용으로 쓰면서도 그룹사명을 언급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반쪽짜리' 브랜드 마케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브랜드 광고비 1960억원 지출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회사와 제품 브랜드 마케팅을 위해 연결 기준 1969억원을 광고선전비로 지출했다. 실제로 한국타이어는 매년 수 천억원 들여 글로벌 마케팅을 추진 중이다. 자동차 내구성 경주인 '24시 시리즈'뿐 아니라 전세계 다양한 스포츠리그에서 최고 수준의 브랜드 스폰서십을 펼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올해 3월 호주 '내셔널 럭비리그'(NRL) 공식 후원계약을 2020 시즌까지 연장했다. 공식 후원사로 시즌 내내 한국타이어의 브랜드 스토리와 상품, 서비스 등을 알릴 계획이었다. NRL은 세계 최고의 월드 프리미어 럭비 리그다. 연간 관중 규모는 300만명, TV 시청자는 1억여명이다.



이외에도 현재 유럽 50여개 국가의 200여개 클럽이 참가하는 축구 클럽 대항전 'UEFA 유로파리그'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도 공식 후원하고 있다. 세계 3대 축구 리그 이탈리아 세리에A의 명문 축구 클럽 'S.S.C. 나폴리',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 등과 마케팅 후원 계약을 맺고 있다.

그룹사명 뺀 채 글로벌 마케팅
축구 클럽 대항전 'UEFA 유로파리그 중개 화면 /사진=한국타이어 홈페이지축구 클럽 대항전 'UEFA 유로파리그 중개 화면 /사진=한국타이어 홈페이지
한국타이어는 현재 대규모 스폰서십 계약에도 그룹사에 대한 어떤 언급이나 설명을 뺀 채 브랜드 홍보에만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코스닥 상장사인 '한국테크놀로지 (334원 ▲2 +0.60%)'(한국테크)가 국내 법원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상대로 낸 상호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다. 한국테크는 2012년부터 현재의 이름을 사용해 온 자동차 부품 개발사다.

법원 결정에 따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기존에 사명이 표기된 간판, 거래서류, 명함, 광고물, 사업계획서, 책자 등을 모두 쓸 수 없게 됐다. 금지된 사명이 찍힌 모든 물품은 한국테크가 지정한 별도의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타이어그룹은 글로벌 마케팅 전략으로 '리브랜딩'을 추진했다. 지난해 5월 그룹의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모든 브랜드와 계열사의 정체성을 통일한다는 목표로 계열사명 변경을 강행했다.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핵심 자회사인 한국타이어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이름을 바꿨다. 지주사는 '한국(Hankook)'이라는 브랜드를 총괄 관리하는 브랜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마케팅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글로벌 마케팅은 그룹 지주사 이름이 아닌 한국 브랜드를 위주로 진행했기 때문에 이번 법원 결정 이후에 달라지는 부분은 전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법원 결정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이의제기 등 필요한 조치들을 실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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