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를 이유로 화웨이를 제재하는 미국은 대만 회사 TSMC에는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지 말라고 압박을 가한다. 대만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시험대에 든 것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 판도가 요동칠 조짐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석권했지만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추격자인 삼성전자가 세계시장 1위인 TSMC과 어떤 경쟁을 펼칠지 주목된다.
/사진=AFP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4.1%, 삼성전자가 15.9%다. 삼성전자가 빠르게 추격중이지만 TSMC는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그 지위는 압도적이다. 순수 파운드리 제작만을 앞세워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철칙이 수 십 년 간 고객과 신뢰를 다져온 바탕이 됐다.
미국의 이 규제는 화웨이를 정확히 노린 것으로 풀이됐다. 이미 지난해 화웨이와 그 계열사들을 거래제한 명단에 올린 것을 넘어 화웨이 자회사 뿐 아니라 대만 TSMC 등 외국 기업으로부터도 반도체 부품 조달 통로를 막은 셈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TSMC의 결정이었다. TSMC로서는 매출의 23%가 애플에서, 14%가 화웨이서 나오는 등 미국과 중국은 모두 중요한 큰 손 고객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향 매출 비중이 더 큰데 매출 약 60%가 북미 고객사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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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는 미국 공장을 짓기로 했을 뿐 아니라 미 상무부의 새 제재 방안에 따라 화웨이에서 수주마자 중단한단 보도가 나왔다. 그동안 '중립'을 지켜온 TSMC가 미국쪽으로 기운 모습으로 읽혔다.
중립 지켜온 TSMC, 미국 어떤 '당근' 내놨길래 맘 바꿨나뉴욕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까지 이어진 비공개 논의에서 미 상무부 관계자들은 TSMC에 미국 공장을 열어줄 것을 촉구했지만 수개월간 TSMC는 비용을 이유로 그러한 제안을 거절했다"며 "최근 미국으로부터의, 자금지원 약속을 포함한 간청은 회사의 마음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이어 "미 국무부 관리는 미 의원들이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자금 지원 논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으로부터의 구체적인 회유책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TSMC 대변인은 애리조나 공장 발표 배경에 대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봤다"고만 밝혔다.
대만 마켓 인텔리전트 앤 컨설턴팅 연구소의 크리스 헝 부국장은 "이번 규제로 세계 시장이 흔들리며 중국과 미국이 독자적 산업 체인을 세우게 됐다"며 "TSMC의 미국 애리조나 투자 결정은 산업 기술 비밀과 안전을 지키려는 미국과 신뢰를 쌓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반면 그동안 중국도, 미국도 그 어느편도 아닌 입장을 주장해왔던 대만의 TSMC가 방향을 바꾼데 따른 파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미 증권 전문매체 모틀리 풀은 "(TSMC의 최근 움직임은) 회사가 점점 고조되는 무역전쟁에 휘말리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TSMC의 움직임이 트럼프 행정부와 대만의 분리독립 세력을 기쁘게 할지도 모른다"면서도 "TSMC가 화웨이를 단절키로 한 것은 장기적으로는 칩 제조사(로서의 역할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