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킨·젓가락 불평에 음식 버린 사진까지…배달앱 '리뷰 테러'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0.05.2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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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리뷰'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음식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내 리뷰 기능이 '갑질'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서다.

27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들이 배달 앱에 악의적인 리뷰를 등록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악의적인 리뷰에는 대부분 음식 맛에 대한 비방과 함께 '별점 테러'가 동반된다. 소비자가 리뷰에 "맛없다" "이상한 냄새가 난다" "최악이다" 등 내용의 글과 함께 별점 1~2개의 낮은 평점을 남기는 식이다.

업주들은 고개들의 취향과 입맛이 저마다 다른 만큼 음식에 대한 '혹평'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음식 맛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를 넘어 악의적이고 억지스럽게 식당을 공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돈가스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33)는 "나무젓가락이 잘 안 뜯어진다고, 냅킨이 고급지지 않다고 별점 한 개를 받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한 소비자가 하수구에 음식을 쏟아부은 장면을 찍은 사진을 배달 앱 리뷰에 올렸다./사진=배달 앱 리뷰 갈무리한 소비자가 하수구에 음식을 쏟아부은 장면을 찍은 사진을 배달 앱 리뷰에 올렸다./사진=배달 앱 리뷰 갈무리
일부 소비자들은 단순 비난에 그치지 않고 싱크대 하수구나 쓰레기봉투에 음식을 버리는 장면을 찍어 올리기도 한다. 고객이 봉투에 음식을 쏟아버리는 사진을 첨부한 리뷰를 본 한 업주는 "50대 후반에 직장퇴직하고 사활을 걸고 하는 가게다. 음식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사진을 보니 마음이 무너져 죽을 만큼 힘이 들었다"고 답글을 남겼다.

리뷰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경우 특정 시간대에 리뷰를 작성하기도 한다. 주말 영업 개시 시간에 맞춰 혹평을 남기면 해당 매장의 하루 장사 매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서 이런 행동을 두고 '갑질'이라는 지적이 일자 한 누리꾼은 "어차피 남들 보라고 올리는 건데 사람들 많이 볼 시간대에 올리는게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리뷰 갑질'에 당할까 가슴을 졸이는 업주들이 많다. 소비자들은 통상 음식과 서비스에 대한 리뷰를 보고 주문을 결정한다.


서울 강남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코로나19 이후 배달 비중이 늘어나면서 리뷰에 더 목매고 있다. 이유도 없이 별점테러 당하면 종일 기분이 안 좋다. 악플을 받는 연예인의 심정이 이럴까 싶다"고 털어놨다.

리뷰로 인해 고충을 호소하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직장인 박모씨(29)는 "리뷰는 주관적인 평가라 개인의 영역이지만 악의적인 내용을 보면 1~2만원 내고 하는 '가성비 갑질'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돈을 지불한다고 해서 음식점이나 업주를 비난할 권리까지 생기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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