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가 주식일수록 주가 상승…카카오 시총 8위 등극
카카오프렌즈 전주한옥마을점 / 사진제공=카카오IX
통상 밸류에이션이 높으면 주가 조정이 이뤄지고, 밸류에이션이 낮은 종목에는 자금이 몰리면서 주가가 오르는 것과는 반대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증시는 오히려 고평가 종목들의 주가가 더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주가의 적정 수준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가 PER(주가순수익비율) 인데, 통상 코스피 시장에선 PER 10배를 기준으로 고평가 주식과 저평가 주식을 나눈다.
현재 코스피에서 고평가 주식 중 가장 시장의 관심을 끄는 건 카카오 (47,300원 ▼100 -0.21%)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12개월 전망 PER는 58배에 달하지만 이달 들어 주가는 45.7%나 급등했다. 이날 카카오 주가는 전일 대비 2만1000원(8.5%) 오른 26만800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23조3347억원으로 LG생활건강 (392,000원 ▲16,500 +4.39%)(21조8655억원)과 현대차 (249,500원 ▼500 -0.20%)(20조5121억원)를 제치고 코스피 8위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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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ER (181,500원 ▼1,200 -0.66%)도 마찬가지다. PER 37.15배인 NAVER는 이달 들어 주가가 22% 오르며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PER이 201.52배에 달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달 주가가 8.8% 올랐고, PER 49배의 셀트리온헬스케어도 7.7% 상승했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업체 알테오젠 (173,700원 0.00%)은 피하주하 제형 변형 플랫폼인 '하이브로자임'(Hybrozyme)에 대한 기대감에 이달 들어 주가는 2배 이상 급등했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ER 341.8배에 달하지만 주가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PER 낮은데도 주가 '뚝'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신한지주 (46,750원 ▲3,250 +7.47%)(4.62배)와 KB금융 (76,000원 ▲6,700 +9.67%)(4.3배) 등 금융주들은 역대급 저평가 상태인데 이달에도 주가는 5~10% 하락했다. 전통적 제조업으로 분류되는 POSCO는 PER 8.45배임에도 이달 주가는 6.8% 떨어졌고 PER 11.13배인 한국전력도 10% 가량 주가가 하락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대형가치주 지수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 500 퓨어 밸류'(S&P 500 Pure Value) 지수는 이달 2.2% 하락한 반면 대형성장주 지수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 500 퓨어 그로쓰'(S&P 500 Pure Growth) 지수는 5.1% 올랐다. 중형주와 소형주에서 가치주·성장주 차이를 비교해 봐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저평가된 가치주는 덜 오르고 고평가된 성장주은 더 오른 것이다.
가치주보다 성장주…글로벌 대세'포스트 코로나'(코로나 이후) 시대의 수혜주와 유동성 장세가 만나 성장주로의 쏠림 현상은 더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대면, 온라인, 헬스케어 등으로 대표되는 코로나19 이후 시대에서 관련 수혜주들이 주목받는 가운데 각국 정부의 양적완화와 경기부양으로 이들 종목으로 자금은 더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해외 주식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캐나다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 업체 '쇼피파이'(Shopify)가 대표적이다. 쇼피파이는 창업자가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고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인데, 적자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주가는 올 들어 2배 이상 뛰어 캐나다 시총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1969년부터 1973년까지 미국 기관투자자가 선호했던 50개 종목의 평균 PER는 42배로 당시 S&P500 평균이었던 19배보다 2배 이상 높았다"며 "현재도 성장과 확실성이 있는 종목으로 쏠림현상은 더 심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거시 관점에서 성장주의 질주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금리 상승뿐인데 당분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은 낮다"며 "오는 28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0.5%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