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왜구" 비난받은 주낙연 경주시장, 일본 지원 해명글 삭제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0.05.2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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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가 일본에 코로나19 방역물자를 지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낙영 경주시장(왼쪽)을 비판하는 글이 경주시청 홈페이지에 잇따라 올라왔다./사진=뉴스1, 경주시청 홈페이지 캡처경주시가 일본에 코로나19 방역물자를 지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낙영 경주시장(왼쪽)을 비판하는 글이 경주시청 홈페이지에 잇따라 올라왔다./사진=뉴스1, 경주시청 홈페이지 캡처


경북 경주시가 일본 자매 도시에 코로나19 방역물자를 지원하면서 비판 여론이 계속 커지고 있다. 경주시 측은 "상호주의 원칙하에 지원했다"며 해명했지만 시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었다. 비난이 계속되자 주낙영 경주시장은 SNS(사회연결망서비스)에 올렸던 입장문을 삭제했다.

일본 자매도시에 방호복 보낸 경주시, 시민 "그 돈으로 국민 도와라"
경주시는 지난 21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매도시 일본 나라시와 교류도시 교토시에 각각 방호복 1200세트와 방호 안경 1000개씩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시는 이달 말까지 오바마시, 우사시, 닛코시에도 방호복 500세트와 방호 안경 500개씩을 보낼 예정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경주시청 홈페이지에는 방역물자 지원을 비판하는 글이 300개 넘게 쏟아졌다. 경주시민이라고 밝힌 강모씨는 경주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 경주시민으로서 부끄럽다. 이 시국에 일본을 지원한다니, 도대체 이 결정은 누가 한 건가. 그 지원할 물품으로 경주시민이나 국민을 도울 생각은 안 하는 거냐. 정신 차려라"고 비판했다.

타지역에 거주하는 누리꾼들도 "일본 지원은 매국행위" "경주 여행 계획 중인 거 취소하겠다" "앞으로 경주는 다시 갈 일 없을 듯하다" 등의 글을 남기며 항의의 뜻을 전했다.
경주시장, 페이스북에 "도움 주는 게 일본 이기는 것"
논란이 일자 주낙영 경주시장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토착왜구다, 쪽발이다, 정신 나갔냐, 미래통합당답다 등등 평생 먹을 욕을 밤사이 다 먹은 것 같다"며 "반일감정이 팽배한 이 시점에 굳이 그런 일을 했느냐는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면서도 시민들께 이해를 구하는 측면에서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방역물품 지원은 상호주의 원칙하에 지원하는 것"이라며 "2016년 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을 때 우리 경주는 일본을 비롯한 해외 자매·우호도시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주 시장은 "지금 일본이 우리보다 방역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럴 때 대승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문화대국인 우리의 아량이고 진정으로 일본을 이기는 길 아닐까?"라며 "전쟁 중 적에게도 의료 등 인도주의적 지원은 하는 법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반일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극일이라는 점을 간곡히 호소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분노 여론 지속…결국 입장문 삭제한 경주시장
나카가와 겐 일본 나라시장이 경주시가 보내 준 방역복 등 보호장비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경주시나카가와 겐 일본 나라시장이 경주시가 보내 준 방역복 등 보호장비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경주시
주 시장의 설명에도 비난은 잦아들지 않았다. 경주시민 이모씨는 "인도주의적으로 혹은 이전에 받았던 지원 때문에 도의상 지원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민심을 생각하지 않았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이라며 "개인적으로 이건 그저 조공같다. 넓은 시야를 갖고 행정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거센 비판이 계속되자 주 시장은 결국 페이스북에 올렸던 입장문을 삭제했다. 그럼에도 경주시민들은 주 시장의 최근 페이스북 게시글에 댓글을 남기며 일본 지원을 결정한 데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

누리꾼들은 "누구 맘대로 일본한테 기부를 하냐. 당신이 뭔데 대한민국 국민들 자존심을 짓밟냐"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게 이런 느낌일거다" "게시물은 왜 지우냐. 댓글 계속 달거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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