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디지털경제, 사람에 대한 배려와 공헌이 먼저다

머니투데이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 2020.05.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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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두 축으로 해 성장하는 디지털경제가 '언택트' 시대와 맞물려 화두가 되고 있다. 인간의 직접적인 수고와 노력을 온라인 혹은 AI(인공지능)가 대신해주는 점에서 디지털경제는 인류에게 무한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변혁의 경제구조다.

시장과 백화점을 직접 방문해 쇼핑을 하고 상품을 구매하는 것. 전화를 걸어 음식 메뉴와 수량을 주문하는 것. 이러한 행위는 삶을 유지하기 위한 디지털경제의 기본적인 움직임이다. 하지만 걷거나 말을 하지 않아도 원하는 상품을 얻을 수 있는 것이 4차산업혁명의 전부인 양 하는 시대 분위기는 왠지 위험스럽다.



요즘 사람에게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클릭해 상품을 주문하는 행위가 일반화됐다. 굳이 '걷기'와 '말하기'가 따로 필요 없이 손가락의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소소한 경제행위가 가능해졌다. 이 지점에서 온라인 시스템을 제공하는 기업은 중개라는 이름으로 '수수료'를 챙긴다. 시스템 구축, 시스템 관리비용, 지적 재산의 가치를 논하지 않더라도 중개수수료는 당연히 존재해야 하는 보수다.

예컨대 4차산업군이 아니어도 신용카드회사는 카드결제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수수료를 받는다. 부동산중개사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 아니어도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신용카드 수수료는 가맹점의 연매출 범위에 따라 요율이 0.8%에서 1.3%다. 부동산은 매매와 임대차의 종류에 따라 거래금액에 따라 0.3%에서 0.6%의 요율을 적용한다.



그런데 배달앱 중개수수료는 2020년 5월 기준으로 부가세를 포함해 배달의민족이 7.48%, 요기요는 13.75%다. 카드수수료보다 9.3배에서 17배가 높다. 영업주들이 배달앱 회사에 실제로 부담하는 각종 광고비까지 수수료율로 환산한 19%를 적용한다면, 배달앱 수수료는 카드수수료보다 무려 24배 정도가 높다.

뿐만 아니라 배달앱 수수료는 음식점 홀, 주방에서 피와 땀을 쏟는 노동의 대가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마진율 10~20%보다 훨씬 높다.

디지털경제는 아날로그 방식을 대체하되 사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노동의 가치와 사람의 가치를 희생시키는 것이 디지털경제라면, 이는 분명 퇴행적 경제 행태다.


우리가 꿈꾸는 디지털경제는 인류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면서도 인간 공동체에 대한 배려와 상생, 공헌의식을 바탕으로 형성돼야 한다. 인류를 편안하게 하고 이롭게 하는 것이 디지털경제의 목적이 되어야지, 어느 일방에 대한 불균형과 어느 일방만의 높은 비용의 부담은 잘못된 '뉴노멀'이다.

혹자의 말대로 자본주의 사회이기에 경제주체의 이익은 필히 담보돼야 한다. 배달앱 수수료가 카드수수료보다 턱없이 낮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디지털 이지(easy)', '디지털 평등' 시대에 배달앱 수수료가 카드수수료보다 턱없이 높아서도 안 될 것이다.

깨어 있는 시민과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 필요하다. 적어도 배달앱 수수료는 카드수수료 수준으로 책정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배달앱 수수료 인하로 음식의 품질이 올라가고, 소비자의 편리성이 증대되면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시장의 확대는 곧 이해당사자의 파이가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파이의 이익을 배분할 때는 이해관계자가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해야 한다.

당장은 손해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방법이 종국적으로 이익의 장기화를 위한 묘수일 수 있다.

특히 마케터와 엔지니어, 기업가는 더 큰 인류의 행복을 위해 사회공헌 의식을 바탕으로 디지털경제 시대를 열어 가야 한다. 디지털경제가 사람과 공동체를 해쳐서는 안 될 것이다. 디지털경제는 인간에 대한 사랑, 배려, 공헌을 바탕으로 전개돼야 한다.

(사)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 제갈창균<br>
(사)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 제갈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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