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한국 카메라 사업 철수…"폰카에 밀렸다"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0.05.2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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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 카메라 PEN-F /사진=올림푸스올림푸스 카메라 PEN-F /사진=올림푸스


2000년 초반 배우 전지현을 모델로 세워 카메라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던 올림푸스가 내달 30일을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카메라 사업을 완전히 접는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소비 위축도 영향을 미쳤지만,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 진화와 위협에 붕괴 위기를 맞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한계를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20년만에 떠나는 올림푸스 韓카메라 사업 왜?
올림푸스한국 카메라 사업 종료 안내 공지사항 화면올림푸스한국 카메라 사업 종료 안내 공지사항 화면
20일 올림푸스한국에 따르면 다음 달 30일을 기점으로 국내 카메라 사업을 종료한다. 국내 시장진출 20년 만이다. 종료에 맞춰 서초 본사 건물에 있는 직영점 브랜드 스토어와 공식 온라인 쇼핑몰인 이스토어도 폐점한다.



올림푸스한국은 "OM-D, PEN 등 미러리스 카메라와 교환식 렌즈를 주력으로 수익성과 효율성 제고에 나섰지만, 최근 몇 년간 한국 카메라 시장이 급격히 축소되며 기대하는 성과 달성이 어려워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올림푸스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처음 선보이고 시장을 주도했지만, 대세가 되진 못했다. 일본 시장에서는 캐논, 니콘, 소니와 비등하지만, 국내는 이들 제조사에 크게 밀려 입지가 좁은 상황이다.



이런 탓에 국내 매출액 비중에서 디지털카메라 등 영상사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6% 수준으로 매우 낮다.

대부분 매출은 의료사업에서 발생한다. 의료사업은 전체 매출액의 80%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높은 분야는 13% 비중을 가지고 있는 생물·산업 현미경 및 내시경 등을 판매하는 사이언스솔루션이다.

카메라 시장 축소…세계적 흐름
디지털 카메라 출하량 년도별 추이 /사진=CIPA디지털 카메라 출하량 년도별 추이 /사진=CIPA
올림푸스는 카메라 사업 철수 이유로 국내 카메라 사업 축소를 거론했지만, 이는 세계적 추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 시장 카메라 사업 철수가 글로벌 카메라 사업 전체에서 발을 빼는 첫걸음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일본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디지털카메라 출하량은 1521만대로 전년 대비 21.7% 줄었다. 올해도 감소세는 이어지고 있다. 3월 디지털카메라 생산량은 58만5302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1.4% 줄었다. 생산량이 줄며 수출과 판매 금액도 급감했다.

카메라 시장 축소는 스마트폰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 영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서 디지털카메라 사용 비중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이 계속 진화하고 있어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폰카는 1억 화소 구현을 비롯해 100배 확대 촬영도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DSLR(디지털일안반사식)에 적용되는 다양한 촬영 기술이 폰카에서도 구현되는 실정이다.

올림푸스한국 '의료기업'으로 경쟁력 제고
올림푸스한국 홈페이지 화면.올림푸스한국 홈페이지 화면.
올림푸스한국은 일본 올림푸스 그룹의 한국법인으로 2000년에 설립됐다. 국내에서는 카메라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광학전문기업으로 카메라 외에 다양한 광학 장비를 제조·판매한다.

카메라 사업을 정리하면서 의료사업과 사이언스솔루션사업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개편해 의료기업으로서 입지를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올림푸스한국은 의료내시경, 복강경, 수술 장비 등의 진단∙치료 솔루션과 현미경, 산업 내시경 등 이미징∙계측∙측정 솔루션 등을 중심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오카다 나오키 올림푸스한국 대표는 "그동안 올림푸스 카메라를 사랑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향후 올림푸스한국은 글로벌 의료기업으로서 한국 사회의 건강과 안전, 행복 증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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