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두산중공업의 외환채권 5억달러(약 5868억원)에 대한 대출 전환을 결정한 21일 오후 서초구 두산중공업 서울사무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결국 두산중공업이 가스터빈 등 미래 먹거리를 최대한 빨리 안착시켜 현금을 벌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두산그룹에 지원하기로 약속한 유동성은 지금까지 총 2조4000억원 규모다. 두산그룹은 재무구조개선계획(자구안)을 마련해 채권단과 논의했고, 이에 근거한 경영정상화 방안이 확정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결국 위기의 진앙지인 두산중공업의 자립이 단기간 내엔 어렵다고 채권단과 두산그룹 양측 모두 보고 있는 것"이라며 "두산중공업이 3년 안에 자립할 사업구조를 갖추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3년 안에 가스터빈·풍력발전 사업 자리 잡아야
두산중공업 직원들이 18일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최종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두산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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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재 사업구조로 두산중공업은 이익을 지속적으로 내고 이자를 갚아나가도 힘든 상태다. 두산중공업 매출 비중의 70% 이상은 화력발전과 원전인데, 2010~2018년 전 세계 전력 부문 투자액에서 화력과 원전 투자비중은 45.4%에서 36.4%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의 수주잔고도 비슷한 기간 38% 감소했고, 이는 실적 둔화로 연결됐다.
이에 두산중공업이 꺼내든 카드가 가스터빈 사업이다. 공교롭게도 두산중공업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가스터빈 등을 통해 2023년까지 신사업 수주 비중을 5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개발한 두산중공업은 현재 가스터빈 시험운영과 실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23년 상용화해 2026년까지 이 부문에서 3조원 매출을 낸다는 것이 회사 목표다.
그러나 가스터빈 시장 상황도 녹록치는 않다. 세계 최대 가스터빈업체 제너럴일렉트릭조차 발전용 가스터빈 수요 둔화에 따라 실적 둔화에 시달리는 상태다. 무엇보다 이 같이 힘든 시장을 제너럴일렉트릭, 지멘스, 엠에이치피에스, 안살도 등 4대기업이 96% 과점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뚫기 쉽지 않은 시장인 셈이다.
또 다른 미래 먹거리인 풍력 사업도 돌파하기 쉽지 않다. 두산중공업은 2005년부터 풍력발전 산업을 시작해 2010년 3MW(메가와트)급 첫 자체 개발 모델을 생산했다. 2017년엔 현대일렉트릭으로부터 5.5MW 해상풍력발전 기술을 인수해 기술 기반을 갖춰둔 상태다.
하지만, 해외에선 이미 8MW급을 상용화하고 12MW급을 개발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풍력발전 기술을 개발해온 베스타스 등 글로벌 기업을 넘어서야 풍력도 회사의 확실한 캐시카우가 된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관건…국내 풍력·LNG발전 시장 열릴수록 유리
풍력발전, 이미지투데이 /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이에 따라 현재 41.3GW 수준인 LNG발전은 2030년엔 57GW, 2034년엔 60.6GW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는 2034년까지 LNG발전 시장 규모를 최소 15조원 수준으로 관측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생산한 국산 가스터빈이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늘어나는 셈이다.
입지규제와 주민반대 등으로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풍력발전도 지난 2월부터 풍력발전추진지원단이 발족되면서 국내 시장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정부가 국내 기업의 설 자리를 위해 두산중공업의 기술 발전 및 보급 가능성과 발 맞춰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발전설비 규모가 달라진다"면서 "두산중공업의 매출 목표도 이에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