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선물 산김에 내 옷도…" 보복소비 폭발한 어린이날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0.05.0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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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사진=이재은 기자5일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사진=이재은 기자


5일 오후 12시 서울 노원구 이마트 월계점은 황금연휴 마지막날인 어린이날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마트로 외출 나온 고객들로 북적였다. 주차장엔 붉은 글씨로 '혼잡' 표시가 떴고 시식코너엔 수박을 한 입 먹어보려는 고객들로 길게 줄이 늘어섰다.

바로 옆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도 마찬가지였다. 조리식품 코너는 음식을 사려는 고객들로 카트를 끌고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어린이날 아이들에게 사줄 선물을 고르는 이들로 완구 코너엔 '꺄르륵' 웃는 소리가 가득했다. 오랜만에 마트 쇼핑을 나온 김에 TV, 에어컨 등 가전을 구경하는 이들로 가전 코너도 붐볐다.



같은 시각 롯데백화점 노원점의 상황도 비슷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에게 옷과 신발을 사주려 방문한 고객들이 이어지자, 아웃도어 코너 직원들은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그동안 외출을 자제해왔지마 갑자기 더워진 날씨 탓에 부랴부랴 외출 복을 준비하는 이들로 옷 할인 코너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5일 노원 롯데백화점 /사진=이재은 기자5일 노원 롯데백화점 /사진=이재은 기자
백화점 매출, 지난해 대비 9~14% 늘어
"아이 선물 산김에 내 옷도…" 보복소비 폭발한 어린이날
석가탄신일(4월30일)부터 시작된 6일간의 황금연휴를 맞아 '코로나19(COVID-19)'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살아났다.



'보복 소비'(코로나19로 억눌러온 소비 욕구를 한 번에 분출하는 현상) 심리에다가 긴 연휴 기간 해외를 나갈 수 없게 되면서 근처 마트나 백화점을 찾아 쇼핑을 즐긴 이들이 크게 늘었다. 여기에 가정의 달 수요까지 겹치며 마트와 백화점이 오랜만의 행복한 특수를 누렸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석가탄신일부터 지난 3일까지 백화점 3사(신세계·롯데·현대)와 마트(이마트) 등 주요 유통채널들의 매출은 지난해 동기(5월2일~5월5일) 대비 크게 증가했다.

각 백화점별 전체 매출신장률은 △신세계백화점 13.3% △롯데백화점 9.2% △현대백화점 8.8% 등으로 나타났다. 이마트는 2%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특히 '보복 소비' 여파로 황금연휴 기간에 값 비싼 명품이나 대형 가전을 구매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가전처럼 오래 쓰는 고가 제품이나 명품 브랜드의 경우 오프라인 소비가 두드러지는 제품군이다.

해외명품 매출은 신세계백화점에서 34.6%, 현대백화점에서 35.7% 증가했고, 생활용품과 가전제품 매출은 신세계백화점에서 44.4%, 현대백화점에서 55.8% 늘었다. 이마트에서도 가전제품 매출 신장이 두드러졌다. 이마트는 대형가전(25%), 디지털가전(12%) 매출이 두 자릿수 신장률을 보였다.

명품·아웃도어 매출 '껑충' …해외 여행 대신 비싼 거 샀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고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를 완화해 나들이에 나서려는 이들이 늘어나면고 아웃도어, 골프 관련 매출도 좋은 흐름을 보였다. 이 기간 동안 신세계백화점의 아웃도어 매출은 35.2% 신장했으며, 현대백화점에선 골프 관련 매출이 21.9%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연휴 기간 동안 통상 해외를 나가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에서 머물면서 해외여행 대신 해외 명품이나 고가 가전으로 소비가 이동한 것 같다"고 했다.

황금연휴 기간 가정의 달 선물을 준비하는 수요까지 이어지면서 선물을 준비하러 온 이들이 다른 것까지 구매, 전체 매출을 견인한 효과도 나타났다.
"아이 선물 산김에 내 옷도…" 보복소비 폭발한 어린이날
이날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에서 조카를 줄 클레이 완구 상품을 구매한 30대 A씨는 "어린이날 선물을 사러 나왔다가, 나온 김에 식료품이나 옷도 구경하다보니 한 가득 카트를 담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노원점에서 어버이날을 맞아 어머니를 드릴 기초 화장품을 산 30대 B씨도 "나온 김에 구경하다가 내 운동화도 사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황금연휴 효과를 톡톡히 본 백화점, 마트 채널과는 달리 면세업게는 특수를 보지 못했다.

하늘길이 막힌 데다가, 면세점들이 쌓아놓은 '재고품'은 이달 중순은 넘겨야 국내 판매가 가능할 것 같아서다. 앞서 관세청은 지난달 29일 코로나19 세계적 유행(펜데믹)으로 매출이 급감한 면세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면세품 국내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5일 이마트 월계점/사진=이재은 기자5일 이마트 월계점/사진=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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