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TV보며 치맥할 프로야구 개막…"수조원대 경제효과 시작"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20.05.05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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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프로야구 개막,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경제심리 회복과 다양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효과 기대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오늘 TV보며 치맥할 프로야구 개막…"수조원대 경제효과 시작"


코로나19로 연기된 2020년 KBO 프로야구가 드디어 개막한다. 올해 프로야구 개막은 단순히 스포츠 경기에 그치지 않고 코로나19로 침체된 국내 경제를 되살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통 올림픽과 월드컵의 경우엔 경제적 효과가 몇 조원에 달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데, 올해 프로야구는 그 이상의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가뭄에 내린 단비가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통상 프로야구는 3월 초 시범경기를 갖고 3월 하순에 본격적인 시즌을 시작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평년보다 40일 가량 연기된 끝에 5월 5일 개막을 하게 됐다. 그리고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진행 중이어서 당분간 무관중 경기로 치러질 예정이다. 지난 겨울부터 개막일만을 손꼽아 기다려 온 야구팬들로서는 아쉽겠지만 그래도 야구종주국인 미국에서는 기약조차 못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프로야구를 개막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우리가 전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코로나19 방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5월 4일 기준으로 국내 코로19의 신규 확진자수는 8명이고, 전부 해외유입자들로 지역 내 감염자 수는 0명이다.

특히 지난 4·15 총선과 부활절 예배라는 대형 이벤트를 치른 지 2주가 지났음에도 국내 신규 확진자수는 10명대로 유지되고 있고, 대부분은 해외유입자라는 점에서 이제 지역 내 감염 우려는 상당히 줄었다고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이 감염되고 수십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많은 나라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봉쇄조치가 시행되고 있는데다 심지어 일본에선 2020년 하계 올림픽까지 연기된 마당에 한국에서 프로야구를 개막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매우 의미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로 1930년대 대공황 시절을 방불케 할 만큼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KBO 프로야구 개막의 경제적 의미와 효과는 결코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프로야구 개막은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멈췄거나 차질을 빚었던 국내 경제활동의 재개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동안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움츠러들었던 국민들의 경제심리를 회복시키는데 도화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록 무관중 경기로 시즌을 시작하는 탓에 야구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집이나 카페 등지에서 삼삼오오 모여 프로야구 경기를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으면서 우리 사회는 한층 활기를 띨 수 있다. 과거 IMF 외환위기 시절에도 박세리 선수가 LPGA US 오픈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모습을 보면서 전 국민이 위로와 격려를 받은 적이 있다.

실제로 프로야구의 개막은 위축된 외식산업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통상 경기장을 찾게 되면 관중들은 흔히 치맥(치킨과 맥주)이나 각종 음식료를 소비하는데 이는 집이나 여타 장소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장 동네 치킨집과 맥주집의 배달 수요가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KBO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 프로야구는 총 720경기에 728만6008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입장료 수입은 858억3531만원을 기록했다. 매경기 당 평균 1만119명의 관중이 경기를 관람한 셈인데, 이들이 날마다 소비하는 치킨과 맥주, 음식료등은 지역 상권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예컨대 2018년 비씨카드 빅데이터센터가 3~4월 야구장을 이용한 고객 6만여명의 매출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야구 경기 당일 인근 상권 중에서 스낵바(분식·치킨)의 매출은 경기가 없는 시기보다 25.1% 증가했고, 편의점도 14.8%의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야구의 경제적 가치는 단순히 관중 수입이나 음식료 소비에 그치지 않는다. 포브스코리아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국내 10개 구단의 시장, 경기장, 스포츠 가치를 종합하면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각 스포츠 미디어들은 5경기를 날마다 편성하고 중계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스포츠 중계를 위해서 각종 방송 장비와 인력이 매 경기마다 대거 투입되고 최근에는 5G 기술로 최첨단 영상까지 제공하는 한편 연간 720경기를 거의 날마다 편집하고 녹화하고 기록하며 경기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등 수많은 관련 일자리가 프로야구 산업으로 인해 창출되고 유지된다.

10개 구단의 기념품과 각종 유니폼, 사인볼, 모자 및 각종 야구 용품 등의 부수적인 매출도 발생하며 경기장의 광고판이나 심지어 선수들의 유니폼에도 광고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 게다가 게임업체들은 매 시즌마다 업그레이드된 게임을 개발해 출시하고 유명 선수들은 게임 광고 등에 직접 출연하기 까지 한다.

프로야구는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가진 콘텐츠이기도 하다. 최근 메이저저리그의 개막이 불투명해지자 미국의 최대 스포츠채널 ESPN은 국외 판권을 소유한 국내 미디어업체와 KBO 정규리그 관련 중계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미국에서 한국 프로야구가 중계된다면 단순히 중계권 수입을 넘어서 이는 야구종주국에서 한국 프로야구를 시청하게 되는 기념비적인 일이 된다.

물론 일각에선 늘상 있어왔던 프로야구 개막 경기를 두고 너무 호들갑떤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대국민 선언이자 한국경제 회복의 신호탄으로서 과거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개막하는 한국 프로야구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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