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13% 폭등…뉴욕증시, 금세기 최고의 한달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5.01 06:57
글자크기

[뉴욕마감]

한달새 13% 폭등…뉴욕증시, 금세기 최고의 한달


뉴욕증시가 4월의 마지막 날을 내림세로 마감했다. 암울한 소비·고용 지표가 시장을 짓눌렀다.

그러나 한달 전체로 보면 뉴욕증시는 33년만에 최고의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COVID-19)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봉쇄 완화가 시작된 가운데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도 가속도가 붙은 덕분이다.

美 6주새 3천만명 실직…'대공황 실업률' 25% 근접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88.14포인트(1.17%) 떨어진 2만4345.72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도 27.08포인트(0.92%) 내린 2912.43으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25.16포인트(0.28%) 하락한 8889.55로 마쳤다.

체이스투자자문의 피터 투즈 대표는 "최악의 경제지표가 나왔다"며 "기업들은 이번 분기 실적이 끔찍할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문제는 올해 남은 기간이 어떨지는 전혀 모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소비지출은 60여년만에 최대폭으로 급감했다. 이날 미 상무부는 3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이 전월 대비 7.5% 줄었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6.9%보다 큰 감소율로, 지난 1958년 이후 최악의 수치다.

'실업 쓰나미'도 이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에서 일주일새 또 다시 384만명이 직장을 잃었다. 6주만에 3000만명 이상이 실업자로 전락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20%를 훌쩍 넘어 1930년대 대공황 수준(25%)에 근접했다.

이날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4월 19~25일) 미국에서 384만명이 새로 실업수당을 청구했다. 당초 시장예상치의 중간값(마켓워치 기준)인 350만명을 웃도는 수치다.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외출금지령과 비필수 사업장 폐쇄 등 봉쇄(락다운) 조치가 본격화된 직후인 3월말 주간 686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규모다.

종전까지 최대 기록은 제2차 오일쇼크 때인 1982년 기록한 69만5000명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최대 66만5000명(2009년 3월)에 그쳤다. 지난 2월까지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0만건대에 불과했다.

최근 6주간 미국의 신규 실업자를 모두 합치면 3030만명에 달한다. 3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경제활동인구 2779만명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실업자 폭증으로 미국의 실업률은 20%를 넘어섰다. 지난 2월 기준으로 미국의 경제활동인구 1억6450만명 가운데 3.5%가 실업자였는데, 최근 6주 사이 3000만명의 실업자가 늘면서 실업률이 추가로 18%포인트 이상 뛰었다.

그러나 실제 실업률은 더 높을 수 있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는 일자리를 잃었음에도 실업수당 청구할 능력이 없는 등의 여러 이유로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이들이 최대 1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앞으로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미국에서 최대 4700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률이 32%까지 치솟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만약 실업률이 실제로 32%까지 오른다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 수준이다. 대공황이 정점에 달했던 1933년 미국의 전체 실업률은 25%, 농업 부문을 제외한 실업률은 37%에 이르렀다.

RMS의 조 브루주엘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 실업률이 23.8%까지 치솟을 것"이라며 "2개월 내 대공황 당시 실업률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고 전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길리어드 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
내년 1월까지 코로나 백신 3억명분 확보 목표
그러나 이날 약세에도 불구하고 4월 한달간 뉴욕증시는 금세기 들어 최대 랠리를 펼쳤다.

한달 동안 다우지수와 S&P 500 지수는 각각 11.1%, 12.7% 올랐다. 두 지수 모두 1987년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률이다. 나스닥종합지수의 월간 상승률은 15.5%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코로나19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희소식이 이어진 게 한몫했다. 미국 보건당국자는 내년 1월까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백신을 수억개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백신 공급은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거론돼 왔다.

백악관 코로나19 TF(태스크포스)의 간판 격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미국 지상파 NBC와의 인터뷰에서 '1월까지 수억개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미 연방정부가 주도하고 민간이 참여하는 이른바 '초고속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내년 1월까지 3억명이 투약할 수 있는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파우치 소장은 "현재 우린 백신 개발의 첫단계인 임상시험의 초기단계에 있다"며 "백신이 효과가 있고 안전한 것으로 확인되면 제약사들의 생산능력을 확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린 빨리 가길 원한다"면서 "상황이 허락한다면 (내년 1월까지) 공급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파우치 소장은 인터뷰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조만간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 사용 승인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치료제 확보도 청신호…"렘데시비르, 명백한 치료효과"
전날 파우치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주 좋은 소식"(quite good news)이라며 "임상시험 결과, 렘데시비르가 명백하게 코로나19 환자의 회복기간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싸움에서 희망이 보인다"고 했다.

NIAID가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위약(플라시보)을 투약받은 대조군의 코로나19 환자들은 회복까지 평균 15일이 걸린 반면 렘데시비르를 투약받은 환자들은 11일만에 회복됐다고 파우치 소장은 설명했다.

파우치 소장은 그러나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을 낮춰주는지 여부에 대한 연구는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와 별도로 렘데시비르의 개발사인 미국계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도 전날 코로나19 중증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의 초기 결과를 공개했다.

임상시험에서 길리어드는 중증환자 200명에겐 5일간, 197명에겐 10일간 렘데시비르를 투여했는데 두 그룹 모두 절반 이상이 14일 이내 완치돼 퇴원했다. 5일 투약 그룹에선 65%, 10일 투약 그룹에선 54%가 14일내 코로나19가 완치됐다.

그러나 사망 사례도 있었다. 5일 투약 그룹의 8%, 10일 투여 그룹의 11%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 메스꺼움과 급성 호흡 부전 등의 부작용도 나타났다.

렘데시비르는 현재 전세계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들 가운데 임상시험 등의 단계가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아왔다.

당초 에볼라 치료용으로 개발된 렘데시비르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의 감염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IAID에서 렘데시비르의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는 소식에 이날 뉴욕증시는 상승폭을 키웠다.

미 경제방송 CNBC의 간판앵커인 투자전문가 짐 크레이머는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의 타미플루(신종플루 치료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유럽중앙은행) 총재크리스틴 라가르드 ECB(유럽중앙은행) 총재
ECB, '제로금리' 동결…"올해 최대 12% 역성장"
이날 유럽증시도 약세였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전날보다 7.03포인트(2.03%) 떨어진 340.03으로 거래를 마쳤다.

EU(유럽연합)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는 이날 유로존의 1/4분기 GDP(국내총생산)가 전분기 대비 3.8% 줄었다고 발표했다. 1995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동결했다. 그러면서 올해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최대 12% 역성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0%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한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역시 각각 현행 0.25%, -0.50%로 묶었다.

ECB는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마련한 7500억 유로 규모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을 현 위기 상황이 끝날 때까지 유지하고, 그 규모를 늘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밝혔다.

또 ECB는 유럽 내 은행들이 이용하는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Ⅲ)의 금리를 유로시스템 재융자 평균금리 대비 0.5%포인트 낮춰 은행들의 유동성 확보를 지원키로 했다.

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유로존 경제가 올해 5~12% 역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전날 기준금리를 0~0.25%로 동결하고, 경제가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을 극복할 때까지 제로금리를 유지겠다고 선언했다.

한달새 13% 폭등…뉴욕증시, 금세기 최고의 한달
노르웨이 북해유전 감산에 WTI 25% 급등

최근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권 폭락까지 연출했던 국제유가가 급등세로 4월을 마감했다. 서유럽 최대 산유국인 노르웨이가 감산에 뛰어들고 미국에서도 셰일석유 생산이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하면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6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배럴당 3.78달러(25.1%) 뛴 18.8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6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저녁 7시50분 현재 배럴당 2.85달러(12.6%) 오른 25.39달러를 기록 중이다.

전날 노르웨이는 6월부터 올해말까지 북해유전의 생산량을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6월에는 하루 25만 배럴, 이후엔 일평균 13만4000 배럴 만큼 산유량을 줄일 계획이다. 노르웨이가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에 동참한 것은 18년만에 처음이다.

원유 저장공간 부족에 시달리던 미국에서도 유가 폭락으로 인해 자연적 감산이 이뤄지고 있다.

전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량은 900만 배럴 늘어난 5억2760만 배럴로 집계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당초 시장은 1060만 배럴 증가를 예상했는데, 실제론 이에 못 미친 셈이다.

미국 셰일석유는 중동산 등 다른 유종들에 비해 채산성이 낮아 저유가 환경에선 상대적으로 생산을 이어가기가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석유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한 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내렸다. 이날 오후 4시5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금 가격은 전장보다 19.00달러(1.11%) 하락한 1694.40달러를 기록했다.

미 달러화도 약세였다. 같은 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55% 내린 99.02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