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 "잠깐 쉬어" 160만명, 노사정 대타협 3.0으로 가자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기성훈 기자 2020.04.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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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이제는 노·사·정대타협](종합)

편집자주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마다 노·사·정이 서로 양보해 맺은 대타협은 위기를 벗어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서로 평행선만 달리던 경영계, 노동계가 코로나(COVID-19) 극복을 위해 다시 모이고 있다. 노·사·정 대화의 현재를 진단하고 대타협 방향을 모색해본다.

사라지는 일자리…'대타협 3.0' 있어야 살아남는다
코로나발 "잠깐 쉬어" 160만명, 노사정 대타협 3.0으로 가자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고용 위기 파고를 넘을 수 있었던 원동력인 노·사·정 대화가 코로나19(COVID-19) 위기를 맞아 다시 꿈틀거린다.

날이 갈수록 악화하는 고용 지표가 시발점이다. 사회적 대화를 외면했던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눈앞에 다가온 고용위기에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자고 먼저 요구했다. 개별기업 최대 노동조합인 현대자동차 노조도 고용 보장을 전제로 임금 동결을 언급했다.



강성노조까지 대화에 공감한 건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이미 금융위기를 극복한 경험에 따라 노·사가 각각 임금 조정, 일자리 유지 및 나누기를 수용해야 고용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경영계·노동계 한데 묶은 암울한 고용 지표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3.30/뉴스1(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3.30/뉴스1


28일 경영계, 노동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에 한국경영자총협회, 민주노총은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민주노총이 불참하고 있어 이번 대화는 임시대화기구를 마련해 원포인트로 진행될 예정이다. 경영계, 노동계 그리고 정부가 추구하는 목표는 모두 대량 해고 방지다. 암울한 고용 지표가 경영계, 노동계를 한 데 묶었다.


고용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이날 발표된 3월 사업체 종사자는 전년 대비 22만6000명 줄었다. 고용노동부가 2009년 6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첫 감소다. 지난달 구직급여 수급자(60만8000명), 지급액(8982억원)은 고용보험 제도가 도입된 1995년 이후 최대다. 직장을 잠깐 쉬고 있는 일시 휴직자는 지난달 160만7000명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3년 이래 가장 많다.

◇사회적 대타협 전제 조건, 제살 깎기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이 2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회장실에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0.3.2/뉴스1(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이 2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회장실에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0.3.2/뉴스1
노·사의 지향점은 똑같으나 사회적 대타협까진 가시밭길이다. 모두 살을 깎는 양보를 전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까지 이번 원포인트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모든 노·사·정이 모이게 된다. 금융위기 당시엔 민주노총은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2009년 2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가 성사시킨 사회적 대타협은 '일자리 나누기'란 큰 성과를 도출했다.

당시 경영계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자제하겠다고 했고, 노동계도 임금 동결·반납 또는 삭감을 수용했다. 노동자는 근로시간 또는 임금을 줄이고 기업은 고용 보장, 더 나아가 신규 채용도 했다.

◇"한국 금융위기, 일자리 나누기로 충격 완화"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위험의 외주화 금지, 코로나19 해고금지 총고용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과 함께 전국에서 공동행동을 가졌다. 2020.4.22/뉴스1(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위험의 외주화 금지, 코로나19 해고금지 총고용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과 함께 전국에서 공동행동을 가졌다. 2020.4.22/뉴스1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를 두고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정리해고 칼바람이 불었던 한국이 금융위기 땐 일자리 나누기 등으로 고용 충격을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박윤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자리 나누기는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은 경우 고용을 지킬 수 있는 정책"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직원을 해고할 때 발생하는 고정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대규모 정리해고 등 고통 분담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려고 했던 1998년 노·사·정 대타협의 패러다임은 현재와 맞지 않다"며 "(금융위기 때처럼) 양보와 협력을 바탕으로 고용을 유지한 상태에서 현 위기를 극복하는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대타협, 외환위기·금융위기 때보다 진화 필요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21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서류를 작성 설명을 듣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 연령대 가운데 20대에서 감소폭이 가장 컸다. 전체 취업자가 전년동월대비 19만5000명 줄어든 가운데, 20대 감소폭이 17만6000명에 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 고용절벽이 청년 취업난을 가중시키면서 정부는 신규 구직세대를 위해 긴급·신규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20.4.21/뉴스1(서울=뉴스1) 허경 기자 = 21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서류를 작성 설명을 듣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 연령대 가운데 20대에서 감소폭이 가장 컸다. 전체 취업자가 전년동월대비 19만5000명 줄어든 가운데, 20대 감소폭이 17만6000명에 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 고용절벽이 청년 취업난을 가중시키면서 정부는 신규 구직세대를 위해 긴급·신규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20.4.21/뉴스1
이에 지난 10여년동안 경제 환경이 변화한만큼 노·사·정 대화는 지난 위환위기, 금융위기 때 도출한 합의를 넘어 '사회적 대타협 3.0'으로 보다 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기 당시만 해도 일하는 시간이 길어 근로시간 감축을 통해 나눌 일자리도 있었다. 그러나 2018년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근로시간 자체가 줄었다. 근로시간을 줄여 새로 만들어낼 일자리가 마땅치 않다. 또 고용노동부의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처럼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도 제도화됐다.

결국 핵심은 임금 조정을 통한 일자리 지키기다. 임금은 노·사 모두 가장 예민한 영역인 만큼 노·사·정 간 대타협 필요성이 더욱 크다. 특히 노·사·정이 고용 유지를 위해 임금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를 어떻게 소화할 지가 관건이다.

◇대타협 핵심, 임금 조정 통한 일자리 지키기

코로나발 "잠깐 쉬어" 160만명, 노사정 대타협 3.0으로 가자
정부와 정치권은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먼저 국회 계류된 주 52시간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도 필요하다. 주52시간 근로에 따른 기업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최대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내용이다. 미래통합당은 단위기간 1년 확대를 요구한다. 법안 등 제도가 개선돼야만 기업의 운영에 숨통이 트인다.

2009년 사회적 대타협 사정을 잘 아는 한 정부 인사는 "2009년은 프랑스 등에서 주 30시간이 시작되던 때라 근로시간을 줄이라는 사회적 압박이 있었고 일자리 나누기에도 반영됐다"며 "근로시간이 감소한 현재는 나누기를 통한 일자리 창출보다 기존 일자리를 지키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기성훈 기자



'골든타임' 지나간다…노·사·정 '원포인트 대화'가필요하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 왼쪽부터)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달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한 경제주체 원탁회의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사진제공=뉴시스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 왼쪽부터)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달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한 경제주체 원탁회의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고용 위기가 현실화됐다. 노·사·정 모두 극단의 위기 앞에서 '골든타임'을 강조한다.

'기존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민주노총이 탈퇴한만큼 현 상황에서 다른 형태의 새로운 협의체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제1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정부가 먼저 합을 맞췄다. 경사노위에 불참 중인 민주노총이 새로운 자리를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정부도 동의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대화 참여를 검토 중이다.

이미 3월 취업자 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10개월만의 최대폭 감소하는 등 고용지표 악화가 현실화했다. 강제적으로라도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정리해고 자제, 고용 유연성 확대, 실업대책 구체화 등을 놓고 대타협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사·정 모두 '원포인트' 협의체 참여할까

28일 경영계 및 노동계에 따르면 협의체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별도 기구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한시적으로 노사정 대화를 제안했고, 이후 정세균 국무총리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등을 만나 참여를 제안하며 구체화됐다.

협의체는 노동계·경영계·정부 측 인사 각 2명씩 총 6명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경사노위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측 관계자가 추가로 참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노총은 오는 29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노사정 협의체' 참여를 결정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대화의 중대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면서 "노사정 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종교계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형태가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한국노총의 협의체 참여 가능성을 높게 본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가 심각한 데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한국노총도 불참할 이유가 많지 않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한국노총은 경사노위라는 틀 내에서 사회적 대화의 진행을 바라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여론을 의식해 한국노총이 정부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발 "잠깐 쉬어" 160만명, 노사정 대타협 3.0으로 가자
◇평행선 달리는 노사, 이번엔 손 잡을까…"정부가 적극 나서야"

아직 코로나19를 두고 노사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현실에 대한 견해 및 해법 등을 놓고 견해차가 크다. 경영계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에 대한 긴급한 자금 지원과 함께 '쉬운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완화' 등을 요구한다.

해고 요건의 경우 현행 기준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경영합리화 조치가 필요한 경우’로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일자리 창출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또 직무능력이 부족한 저성과자의 경우 해고가 가능토록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노동계는 명시적 해고 금지·제한 등을 주장한다. '고용 유지'를 전제로 기업들에 대한 자금 지원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 한국노총은 "모든 지원 기업에 대해 해고금지와 총고용 보장이라는 전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파견·용역·하청특수고용노동자의 해고금지와 고용보장을 가장 먼저 우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노사 모두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는 이미 위기다. 지난 3월 취업자 수는 2660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5000명(-0.7%) 감소했다. 정부가 22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55만명의 민관 일자리 창출 등 10조원에 달하는 특단의 고용대책을 내놓은 이유다.

위기 극복을 위해선 노·사·정 긴밀한 협력은 필수다. 경제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노동기본권 강화나 규제 완화 등 주장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결국 고용대책을 내놓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끌 전망이다. 정부는 노사 고통분담을 조건으로 대규모 지원을 약속한 상황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대화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중요한 것"이라면서 "사용자단체도 노동조합도 '공적인 기능'에 대한 인식이 강화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재계 고위관계자는 "사회적 대화 주체들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 할 뿐, 상대방과의 타협 또는 양보의 여지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서 "코로나19와 같은 중대한 상황에서는 노사가 적극적으로 양보와 타협에 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성훈 기자, 박경담 기자



임금감소·고용안정…'양보'한 노·사 먼저 지원받는다
코로나발 "잠깐 쉬어" 160만명, 노사정 대타협 3.0으로 가자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코로나19(COVID-19) 위기대응 고용안정 특별대책'에는 노·사 고통 분담을 전제로 한 정부 지원 사업이 포함됐다. 지난 1월 코로나19가 발병한 이후 노·사 상생과 정부 지원을 연계한 사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이 증가할수록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은 더 탄력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우선 고용유지 협약 사업장 인건비 지원 사업을 신설했다. 관련 예산은 500억원이다. 고용유지 협약의 주된 내용은 노동자가 임금 감소를 받아들이는 대신 사업주는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것이다. 정부는 고용유지 협약을 맺은 사업장에 대해 임금감소분의 일정 비율을 6개월 동안 지원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지원 비율은 추후 결정한다.

그동안 사업주가 가장 많이 찾은 사업은 고용유지지원금이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전체 근로시간의 20% 이상을 초과해 휴업하거나 1개월 이상 휴직을 실시한 기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회사 문을 닫지 않고 임금을 조정하는 기업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어려웠다. 고용유지 협약 사업장에 대한 인건비 지원 사업이 나온 배경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일은 평소대로 하지만 월급을 적게 지급하거나 근로시간을 줄여 임금을 낮게 주는 기업들이 있다"며 "협약처럼 구체화된 문서를 제출하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40조원 넘는 규모로 조성할 예정인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우선순위도 노·사가 서로 양보한 기업이다. 정부는 산업은행에 40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하고 민간펀드, 특수목적기구 출자 등을 통해 민간자금을 추가로 유치할 계획이다.

지원 대상은 항공, 해운, 조선, 자동차, 전력, 통신 등 고용과 국민경제에 영향이 큰 기간산업이다. "고용 유지 기업을 우선 지원할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 따라 고용 안정 등을 지원 조건으로 뒀다.

고용유지 협약 체결 등 구체적인 예시는 제시되지 않았으나 기업이 고용 안정 조치를 취하려면 노동자의 양보도 수반돼야 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자금 지원 시 노사의 고통분담 방안을 요건으로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기성훈 기자



文대통령이 언급한 '하르츠 개혁' '바세나르 협약' 뭐길래
지난 2018년 11월 22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식. 문재인 대통령은 노·사·정의 사회적 대타협을 당부하며 독일의 '하르츠 개혁',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을 언급했다.

코로나19(COVID-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이러한 대타협 사례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르츠 개혁은 지난 2003년 독일 사민당 총재였던 게르하르트 슈뢰더의 총리 재임시절 시행된 '노동시장 대수술'을 의미한다. 독일은 1990년 갑작스런 통일 후유증으로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인근 국가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고, 실업률은 매년 두 자릿수에 가까웠다.

이에 2002년 1월 2차 일자리 연대 실패 이후 슈뢰더 정부는 2002년 3월 폭스바겐 인사노무담당 이사인 하르츠를 위원장으로 하는 '노동시장에서의 현대적 노무급부를 위한 위원회'(이하 하르츠 위원회)를 구성했다.

하르츠 위원회는 슈뢰더 총리, 대기업 대표 6인, 중소기업 대표 1인, 전문가 및 정치인 3인, 노조 대표 2인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 연방정부 산하 위원회다. 위원회는 6개월 간의 집중적 논의와 연구를 통해 2002년 8월 하르츠 개혁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2003년 3월 사민당 정부는 하르츠 개혁안을 정식으로 채택하고 단계적 추진 방안을 '아젠다 2010'으로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해고 및 파견규정 완화 △실업급여 지급기간 단축(최장 32개월→12개월) △개별 사업장에서 산별협약보다 낮은 수준 임금·근로조건 결정 허용 △임금인상 자제와 고용보장 합의 등을 담았다.

이 같은 노동시장 개혁으로 독일은 고용개선, 기업 경쟁력 회복, 경제 회복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장기침체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발 "잠깐 쉬어" 160만명, 노사정 대타협 3.0으로 가자
지난 1982년 네덜란드에서 체결된 바세나르 협약은 노와 사가 각각 임금 동결과 고용안정을 주고받은 거래다. 인플레이션과 오일쇼크 등으로 네덜란드는 실업률이 12% 이상으로 급등하고 기업 파산이 증가하는 등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였다.

이에 정부가 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 회복과 산업 평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노·사 양측의 타협을 압박했다. 협약의 결과는 네덜란드식 '고용 유연 및 안정성'의 확립이다. 주요 내용은 △임금인상 억제 △물가연동 임금인상 제도 폐지 △근로시간 단축(40시간→38시간) 등이다. 정부는 세금감면, 기업보조 확대, 공공지출 및 서비스고용 증대 등을 실시했다.

협약 체결 이후 네덜란드는 1985년까지 실질임금 9% 하락을 통한 수출 경쟁력 회복을 비롯해 기간제 일자리 확대 등 고용 증가, 재정적자 축소, 생산성 향상의 선순환 구조 등의 효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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