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5차 비상경제대책회의' 내용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4.22/뉴스1
당국의 잇따른 금융지원 대책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등급이 매겨져 4월 발행시장에 명함도 내밀지 못했던 기업들이 순차적으로 발행을 타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정치권에서의 변수가 생길 경우 온기가 도는 시점은 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물론 수요예측 미달이 발생한 한화솔루션의 사례가 있기는 했지만 이는 등급전망의 하향(안정적→부정적)에 따른 추가 등급하향에 대한 우려 등이 반영된 탓이었다. 한화솔루션을 제외하고서는 AA등급은 물론이고 A등급 기업의 자금조달도 무난히 진행됐다는 평가다.
관건은 A- 등급 이하, BBB 등급기업에까지 온기가 미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다. 분위기는 어느 정도 조성이 됐다. 지난달 최초로 20조원 규모의 채안펀드 조성이 발표된 때만 하더라도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지만 잇따라 발표된 100조원 이상 규모의 금융지원 패키지에 한국은행의 비은행사 대상 회사채 담보대출 실시, SPV(특수목적기구)를 활용한 저신용등급 회사채 및 CP(기업어음) 매입 등 계획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온기가 퍼져 나갈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됐다는 것이다.
한 대형 증권사 DCM(채권자본시장) 담당자는 "4월 채안펀드 등의 가동으로 AA등급 기업을 비롯한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한 회사채 발행이 줄을 잇는 와중에서도 A등급 이하 기업은 발행을 시도하기 어려웠던 환경"이라며 "당국의 유동성 지원 대책이 효과를 내는 시점에 맞춰 A, BBB 등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자금조달 계획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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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도 "3월 회사채 시장 및 4월 기업 지원대책으로 인해 크레딧 시장은 점진적으로 안정화될 것"이라고 했다. 3월 24일 안정화 대책이 나왔을 때 공사채와 은행채 크레딧 스프레드가 서서히 축소되고 4월 채안펀드가 수요예측에 본격 참여하면서 AAA 등급 회사채 스프레드(기준금리 대비 회사채 발행금리의 차이)도 축소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4월 기업 안정화 방안으로 적어도 A등급까지는 아니지만 AA등급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에는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A등급으로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 효과가) 내려오기에는 크레딧 펀더멘털이 뒷받침돼야 하기에 상당 기간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봤다. 이번 크레딧 스프레드가 확대되던 시기에 A등급 스프레드 확대 폭이 AA등급과 비슷한 수준에 그치는 등 시장 리스크를 과소반영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관건은 정책 변수다. 당국과 정치권에서 원활히 논의가 통과되지 않을 경우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껏 마련된 각종 정책들의 실행이 미뤄질 수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이 그간 발표된 대책을 구체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같은 논의는 국회로 넘어가 최종 통과가 돼야 하는데 20대 국회의 임기가 내달 말까지로 1개월만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