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시큐리티 도우미' 의기투합한 보안벤처 창업가들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20.04.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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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오치영 지란지교 창업자, 이동범 지니언스 대표, 아비람 제닉 비욘드시큐리티 대표/사진제공= 각 사(왼쪽부터) 오치영 지란지교 창업자, 이동범 지니언스 대표, 아비람 제닉 비욘드시큐리티 대표/사진제공= 각 사


"총판 늘리기 식으로 글로벌 시장에 접근하면 '백전백패'합니다. 간절한 심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수년간 '보릿고개'를 버틸 준비가 돼 있는 기업들과 함께 하겠습니다."(오치영 지란지교 창업자)

K-시큐리티(대한민국 소프트웨어) 해외 진출을 위해 국내외 1세대 보안 벤처 창업자들이 의기투합했다. 오치영 지란지교 창업자(CDO; Chief Dream Officer)와 이동범 지니언스 대표, 그리고 이스라엘 비욘드시큐리티 공동 창업자인 아비람 제닉 최고경영자(CEO)·노암 라타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 로즈빌에 현지 SW 판매·유통회사 '위브릿지월드'(We-bridge worlds; 이하 위브릿지)를 차렸다.

위브릿지는 쉽게 말해 국내 보안·SW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 에이전트라고 보면 된다. 경쟁력 있는 한국 보안·SW 기업들이 북미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현지 시장 조사부터 시장 진출 전략, 계획 수립, 제품 현지화, 마케팅 활동, 제품 판매에 이르기까지 자체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오치영 지란지교 CDO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위브릿지 파트너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해외 시장 진출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美·日 수출 나서는 보안·SW기업에 글로벌 사업 노하우 나눌 것"
오치영 CDO는 지난 1994년 1세대 보안 SW 회사인 지란지교를 설립했다. 지란지교는 지란지교소프트(SW), 지란지교시큐리티(시큐리티)를 비롯해 1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SW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이동범 대표는 지니언스 창업자다. 2005년 설립된 지니언스는 현재 국내 네트워크접근통제(NAC)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오 CDO와 이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꽂혔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 CDO는 일찌감치 일본과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지란지교재팬을 총괄하고 있으며 일본 시장에선 한해 매출 1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 대표는 2016년 미국 보스톤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이후 북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의 현지 사업 파트너인 비욘드시큐리티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사업 기반을 두고 있는 보안 회사다. 이 회사 창업자인 아비람 제닉 CEO는 특히 미국 시장에서 탄탄한 영업망과 인맥을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위브릿지월드/사진제공=위브릿지월드
올 2월 美서 만나 ‘K-시큐리티’ 도원결의…“장기전 관점으로 글로벌 시장 접근해야” 당부
각기 주력 시장이 다른 이들이 어떻게 의기투합해 합작사까지 설립했을까. 오치영 CDO가 평소 친분 있던 제닉 대표에게 북미 시장 정착 노하우를 공유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여기에 이동범 지니언스 대표가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 이 대표도 평소 “보안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이들은 지난 2월 미국에서 개최된 보안 전시회 ‘RSA 2020’에서 만나 조인트벤처 계약에 정식 사인했다.

위브릿지 플랫폼을 통해 북미 시장에 진출한 첫 제품이 엑소스피어랩스(지란지교 관계사)의 올인원 PC 보안 서비스다. 위브릿지 설립 100일도 안돼 현지 중소기업 납품이 확정됐다. 지니언스의 네트워크 접근제어솔루션 ‘지니안 NAC 스위트’도 같은 방식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일단 출자사 제품을 공급하지만 연내 국내 다른 보안·SW 기업으로 문호를 넓힐 계획이다. 이동범 대표는 “현재 다른 중견기업 1곳과 보안 스타트업 1곳과도 위브릿지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시장에 진출키로 합의된 상태”라고 귀띔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경쟁력 있는 국내 보안 SW를 적극 발굴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치영 CDO는 “해외 비즈니스를 준비할 때 ‘장기전’ 관점으로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란지교재팬 매출액이 10억원을 넘는데만 숱한 시행착오 끝에 7~8년이 걸렸고, 그 뒤 연 매출액 100억원을 넘기는 데는 2~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위브릿지 창업자들의 노하우를 접목해 글로벌 시장을 꿈꾸는 후발 기업들이 시행착오 기간을 대폭 줄이고, 조기 안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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