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9일 "코로나19 사태 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뼈를 깎는 자구 노력도 병행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췄다. 조 회장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고, 극복할 것"이라며 "국민과 주주 여러분이 이번 한진칼 주주총회를 통해 보내준 신뢰는 이 위기를 잘 극복하라고 준 기회임을 다시 한번 명심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한진그룹 제공)2020.3.29/뉴스1
이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 당사자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사모펀드 KCGI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단은 조 회장 측이 유리해 보이지만 KCGI도 카드가 있어 상황은 유동적이다.
정부는 대한항공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원책도 고심하고 있으나 업계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항공사 임금반납, 구조조정, 유급휴직 등은 이미 시작됐고 자본확충을 위한 유상증자도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유상증자 금액으론 1조원 가량이 거론된다. 모회사인 한진칼에게는 3000억원(지분율 29.96%) 가량이 배정된다.
한진칼 증자 규모를 3000억원으로 가정하면 조 회장측은 1242억원, KCGI측은 1320억원을 한진칼에 각각 투입해야 현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다. KCGI도 자금 부담이 있으나 조 회장은 실탄 자체가 없어 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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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한진칼이 주주배정보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진칼이 조 회장의 아군이 될 수 있는 기업이나 기관투자자를 확보해 3000억원의 증자를 모두 배정하면 양측의 지분율이 △조 회장 측 41.4%→44.8% △3자 연합 44%→41.4% 등으로 변경된다. KCGI로 기울었던 판세는 역전된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칼 정관에는 긴급한 자금조달을 위해 국내외 금융기관 또는 기관투자자에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발행주식의 3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사회 결의를 거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강성부 KCGI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2020.2.20/뉴스1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조 회장 측 백기사로 나서줄 기관을 찾아야 하는데 신인도와 자금력을 동시에 지닌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유상증자가 사실상 한진칼 유상증자와 같은 의미로 통용되는 분위기”라면서도 “셈법이 복잡한 유상증자보다 한진칼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나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 쉬울 수 있어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진칼 주가는 장중 등락을 반복하다 전날보다 500원(0.62%) 오른 8만1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한항공은 장중 내내 약세를 면치 못하다 400원(2.05%) 하락한 1만9150원으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