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기술자들이 핵융합로 진공용기를 제작하고 있다/사진=핵융합연
국가핵융합연구소(이하 핵융합연)는 핵융합연 ITER 한국사업단과 현대중공업이 지난 10여 년 간 수많은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고, 토카막 진공용기 첫 번째 섹터를 완성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진공용기 최초 섹터의 완성은 ITER 건설이 본격 장치 조립 설치 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9개의 섹터로 나뉘어 제작되는 진공용기는 최종 조립 시 도넛 모양의 초대형 구조물로 높이 13.8m, 외경 20m, 총 무게 5000톤(t)에 달한다. 그중 섹터 6번(11.3m, 폭 6.6m, 무게 400톤)은 진공용기 조립 설치의 기준점이 된다. 섹터 6번을 설치한 후에 다른 섹터들의 조립 설치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게 핵융합연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전체 9개 섹터 중 가장 먼저 제작되는 만큼 각종 기술적 난제들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랐다”고 말했다.
진공용기 조립 모습/사진=핵융합연
진공용기는 또 핵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성자를 차폐하는 방사선 1차 방호벽 역할과 함께 차폐 구조물인 ‘블랑켓 차폐블록’, 플라즈마의 불안정성을 억제하고 불순물을 제거해주는 ‘다이버터’ 등 핵융합로 주요 내벽 부품들을 정밀하게 고정하는 플랫폼 역할도 한다.
특히 진공용기는 3차원 형상을 갖는 특수 스테인레스강 소재의 이중격벽 구조물로 완벽한 진공 상태 구현을 위해 제작 과정에서 최고의 기술적 난이도와 엄격한 품질관리를 요구한다. 총 1km에 달하는 60mm 두께의 특수 스테인레스강을 용접하는 과정에서 향후 수많은 내벽 부품을 정밀하게 조립할 수 있도록 수mm 이하의 공차를 준수해야 하는 등 정밀한 성형과 용접 기술을 필요로 한다. 또 100% 정밀 비파괴검사가 요구되는 프랑스 원자력 안전규제 준수를 위해 주요 용접부를 완벽하게 검사할 수 있는 새로운 비파괴 검사기술이 개발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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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용기 제작을 맡은 현대중공업 한영석 사장은 “많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진공용기 섹터 6번의 제작을 계약 10년 만에 성공적으로 완료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첫 번째 섹터를 완성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머지 3개 섹터도 적기에 조달해 성공적인 ITER 건설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총 9개의 ITER 진공용기 섹터 중 4개 섹터(1, 6, 7, 8번)는 현대중공업에서, 나머지 5개 섹터는 유럽연합(EU)에서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0년 우리나라에서 조달을 책임진 2개 섹터(1, 6번)를 수주하고, 이어 EU에서 조달을 맡기로 한 섹터 중 2개(7, 8번)를 2016년 추가로 수주한 바 있다. 당초 EU의 컨소시엄 업체가 만들 예정이었지만, 제작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현대중공업이 대신 제작에 나서게 된 것이다. 추가 수주 규모는 1억160만 달러(약 1236억원) 규모에 달한다.
프랑스카다라쉬에 위치한 ITER건설부지 모습/사진=핵융합연
정기정 ITER 한국사업단장은 “이번 진공용기 6번 섹터의 성공적 출하는 뛰어난 기술 역량을 지닌 국내 산업체가 ITER국제기구 및 한국사업단과 긴밀한 기술 협력을 통해 이뤄낸 대표적 거대과학기술의 성공 사례”라며 “앞으로도 ITER의 성공적 건설을 위해 국내 산업체들과 함께 노력해 인류의 새로운 미래에너지 개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출하식을 마친 ITER 진공용기 6번 섹터는 최종 검수와 포장 과정 등을 거친 후 5월 중순 프랑스로 이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7월 초 프랑스 카다라쉬에 위치한 ITER 건설지에 도착하게 되면 본격적으로 ITER 장치 조립을 시작하게 된다.
한편, 이날 오후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ITER 진공용기 최초 섹터 완성 기념식’에는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이경수 ITER국제기구 전 부총장 등 정부 및 ITER 기구를 비롯한 관련 산업체 관계자 등 총 3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