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법조계에서는 'n번방 사건'과 관련한 증거의 대부분이 동영상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조주빈의 경우, 음란물 제작·배포 뿐만 아니라 성폭력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강제추행, 아동음행강요, 강간미수 혐의 등을 받고 있어 동영상 내용이 강요·협박 등 사실 판단이나 양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피고인측이 공소사실 중 일부 내용에 대해 다투기라도 한다면 동영상 확인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피해자 쪽에서는 '신체를 촬영했다'고 하는 반면, 피고인이 '일상적 내용의 영상'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또 강압이나 협박이 없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 또한 영상을 확인해야 할 수 있다. (물론 피해자 진술 등 다른 자료도 있지만 사안에 따라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31조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에 대한 심리는 그 피해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재판장) 결정으로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비공개 법정'이 된다 하더라도 영상녹화물 증거확인에 대한 논란은 남는다. 재판장이 비공개 법정에서 해당 영상을 틀 경우, 통상 검사와 피해자 변호인 등 인원을 최소화하는데, 피해자 변호인이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구하라 사건에서 변호인이 이의를 제기해 재판장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동영상을 확인했다고 수석부장판사가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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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박사방' 관련 재판과정에서 재판장은 피해자의 신분을 특정지을 만한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재판 진행 절차와 관련된 부분은 공개하고 증인신문때는 비공개로 전환하는 등 재판부가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겠지만, 피해자는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낭독조차 또 다른 가해로 받아들일 수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의 재판 진행은 늘 어렵지만 '박사방' 사건은 온 국민의 관심사라는 점에서 판사들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 역시 신중해야 한다.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발언 등이 나온다 해도 자체적으로 필터링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사방에서 신상이 유출된 경험을 한 피해자들에게 그들이 겪은 끔찍한 기억을 또 다시 상기시켜 주는 일은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