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兆 수혈로 부족?…두산그룹 지배구조 바꾸나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04.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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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휘선 기자사진=김휘선 기자


자구안을 마련 중인 두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도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위기에 봉착한 두산중공업과 우량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과의 연결고리를 끊는 방안이 유력하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 (137,600원 ▲2,600 +1.93%)그룹은 조만간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두산중공업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계열사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를 넘어 두산중공업의 부실이 그룹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시각인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에선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그룹의 현금창출원인 두산인프라코어 (8,020원 ▲50 +0.63%)와 두산밥캣을 지킬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두산그룹은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지배구조가 짜여져 있다.



두산중공업 (16,210원 ▲350 +2.21%)이 중간 지주사 격인데, 수년간 누적된 부실로 정부로부터 1조원의 자금 수혈을 받게 된 상태다. 그룹은 두산솔루스 등 계열사 매각 등으로 자체 유동성 확보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위기의 진원지인 두산중공업은 추가 희망퇴직과 유급 휴업을 통해 고정비를 최대한 절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자구 노력으로도 부족하다는 것이 채권단 판단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이 올해 안에 갚아야 할 차입금만 총 4조2000억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일부 계열사를 매각해도 유동성 규모를 채우기 어려울 수 있어 위기가 언제든 핵심 현금창출원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에 전이돼 그룹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그룹 안팎에선 두산중공업을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와 발전부문 등 기존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회사로 분리해 투자회사를 ㈜두산에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두산→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것이다.

두산그룹은 2018년에도 비슷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두산엔진 (13,290원 ▲80 +0.61%)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투자부문은 두산중공업에 합병했고, 사업부문은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해 현금화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에는 추가 투입자금도 필요하지 않다"며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이 두산중공업 그늘에서 벗어나면 신용도 회복돼 자체적으로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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