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강력범죄 느는데…"처벌연령 하향"vs"인지능력 기준 삼아야"

뉴스1 제공 2020.04.05 07:05
글자크기

스위스는 연령규정 없어…인지능력 감정해 책임여부 결정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 필요…"만 13세 범죄비율 높아"

대전 동구의 한 네거리에서 훔친 렌터카를 몰던 10대 청소년 8명이 경찰 검문에 걸리자 뒤에 있던 택시를 들이받고 중앙선을 넘어 도주하면서 오토바이와 충돌했다. (독자 송영훈씨 제공) © 뉴스1대전 동구의 한 네거리에서 훔친 렌터카를 몰던 10대 청소년 8명이 경찰 검문에 걸리자 뒤에 있던 택시를 들이받고 중앙선을 넘어 도주하면서 오토바이와 충돌했다. (독자 송영훈씨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훔친 렌터카로 무면허 운전을 하던 10대들이 대전광역시 동구에서 오토바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을 쳐 숨지게 한 가운데 촉법(觸法)소년에게도 강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촉법소년의 법적 연령 하향이나 처벌강화 주장은 만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의 강력범죄가 발생했을 때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강력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촉법소년은 만 10세이상~14세미만으로 형벌을 받을만한 범법행위를 한 형사미성년자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유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현재 있는 소년법도 아이들을 처벌 못하는 게 아니고 보호처분으로 소년원까지 갈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소년원이 소년교도소와 같은 시설로 인식되는 걸 고려하면 소년원 송치가 솜방망이 처벌로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보호처분이라 하더라도 소년원 감치를 통해 자유를 박탈할 수 있어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는 다만 오히려 소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호처분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아이들을 마주했을 때 울고불고 하는 모습에 보호자 위탁이나 사회봉사 처분이 내려지기도 한다"면서 "(판사들도) 실제로 아이들을 소년원에 보내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사회적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촉법소년 연령의 하향조정과 관련해선 "만 14세를 기준으로 한 이유는 형법에서 책임능력이 없다고 규정해서 결정된 것"이라며 "일본이나 독일 등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국가에서도 만 14세를 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령을 낮춘다고 하면) 만 13세는 책임능력이 있다고 단정할 수 있겠느냐"며 "최근에 촉법소년 강력범죄가 많이 일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고, 만 13세도 책임능력을 가질 만큼 성숙하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행 형법과 소년법에 따르면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에 속하는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소년부로 송치돼 보호처분을 받는다.

촉법소년의 처분에 관한 논란은 매년 촉법소년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등장한다. 지난해 12월 자신을 험담했다는 이유로 친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초등학생이 법무부 소속 소년분류심사원으로 넘겨졌을 때도 촉법소년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지난 2월27일 전주소년원(송천정보통신학교) 대강당에서 ‘제29회 졸업장 전수식’이 개최됐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총 26명(중학생 20명, 고등학생 6명)이 졸업장을 받았다.(전주소년원 제공)© 뉴스1지난 2월27일 전주소년원(송천정보통신학교) 대강당에서 ‘제29회 졸업장 전수식’이 개최됐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총 26명(중학생 20명, 고등학생 6명)이 졸업장을 받았다.(전주소년원 제공)© 뉴스1
법적 처벌이 가능한 연령을 단순히 하향하는 것보다 범죄 개별 건마다 상대적으로 판단해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동임 창원대학교 신산업융합학과 겸임교수는 "연령을 무조건 낮출 것이 아니라 촉법소년이라 하더라도 인지능력이 높다면 처벌할 수 있는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미 지난 2015년 발표한 '촉법소년의 범죄예방을 위한 합리적 방안'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같은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해당 논문은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자를 대상으로 심리·의학·교육 전문가들이 위원회를 구성해 일정한 테스트를 거쳐 인지능력을 확인한 뒤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스위스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스위스 형법에 따르면 행위자의 책임능력을 의심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감정인에게 감정을 명해 책임능력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촉법소년을 처벌하게 되면 가장 큰 문제는 낙인"이라며 "무조건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해서 처벌하기보다 전문가들의 감정을 통해 충분한 인지능력을 가진 촉법소년들만 가려서 처벌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촉법소년들은 교화 정도가 매우 좋다. 사고 유연성이 성인에 비해 높고, 사고가 고착화해있지 않기 때문에 교화도 빠른 편"이라며 "자유 제한이 얼마나 무서운지 경험하도록 해서 더 이상 범죄로 나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논의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지적한다. 만 13세 사이에서 범죄율이 높게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식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전체 촉법소년이 저지르는 범죄 중에서 만 13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65%가량 된다"면서 "기본적으로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반대하지만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는 것을 두고 사회적 논의는 필요할 거 같다"고 말했다.

전체 청소년 범죄는 줄어들고 있지만, 청소년 강력범죄는 늘고 있는 것을 두고 공 교수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있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공 교수는 "현재 청소년범죄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디지털 관련 범죄인데 통제가 어렵고 익명성 탓에 (청소년들이) 과시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며 "디지털상에서 일탈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공간을 차단해 접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