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프 써라, 마스크 말고" 뉴욕시의 당부, 왜?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4.03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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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드 빌라시오 뉴욕시장빌 드 빌라시오 뉴욕시장


전세계에서 코로나19(COVID-19) 확진자가 가장 빠르게 폭증하고 있는 뉴욕시에서 감염을 막기 위해 스카프 등으로 얼굴을 덮으라는 시당국의 공식 권고가 나왔다. 문화적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 미국에선 이례적이다. 그러나 뉴욕시는 의료인들에게 필요한 마스크는 사용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빌 드 빌라시오 뉴욕시장은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밖에 나갈 때나 다른 사람 근처에 갈 땐 얼굴을 가릴 것을 권고한다"며 "스카프나 밴대너(Bandanna·화려한 색상의 큰 손수건)일 수도 있고 집에서 만든 수제 마스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빌라시오 시장은 의료인들을 위해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할 의료용 마스크나 N95 마스크는 쓰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분명하게 말한다. 의료용 마스크나 N95 마스크는 쓰지 말라"며 "그것들은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는, 그걸 가장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놔둬라"고 강조했다.



전날 블라시오 시장은 5일까지 뉴욕시 병원들에 △N95 마스크 330만장 △의료용 마스크 210만장 △방호복 10만개 △인공호흡기 400개를 조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미국 연방정부와 대부분의 지방정부는 코로나19 증상이 없는 일반인은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는 지침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최근 무증상 감염자들에 의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높아지면서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을 권고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다만 의료용 마스크나 N95 마스크의 경우 의료현장에서 우선적으로 필요로 하는데다 현재 미국에선 일반인들이 구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당국은 스카프나 손수건 대용을 선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미국인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장하겠느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하길 원한다면 분명히 해로운 것은 없다. 그렇게 하라고 말하겠다"면서도 "여러분이 원한다면 나가서 마스크를 구하기보다는 스카프를 쓰라"고 말했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TF(태스크포스)의 주축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도 최근 "충분한 마스크를 확보하게 되는 상황이 되면 마스크 사용에 대한 권고를 보다 확대하는 방안을 매우 진지한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이날 오후 5시11분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3만8820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뉴욕주가 40%에 가까운 9만2381명을 차지하고, 이 중에서 약 절반이 넘는 4만8462명이 뉴욕시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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