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우디·러시아 감산할 것"…산유국 회의 소집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4.03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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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유 증산을 통해 '기름값 치킨게임'을 벌여온 핵심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최대 150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사우디 전세계 산유국들의 회의를 소집하면서 유가전쟁 해결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이 소식에 국제유가는 급등세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한 나의 친구 'MBS'(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방금 이야기했다"며 "난 그들이 (원유를) 대략 1000만 배럴 감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희망한다"며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원유 및 가스 산업에 대단한 일일 것"이라고 적었다. 1000만 배럴은 전세계 하루 원유 소비량(1억 배럴)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서 올린 트윗을 통해 "감산량이 1500만 배럴에 이를 수도 있다"면서 "모두를 위해 좋은 소식"라고 덧붙였다.

전날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사우디, 러시아 측과 대화를 나눴다며 수일 내 양측이 유가전쟁이 끝낼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유가 폭락으로 미국내 셰일석유 업체들이 줄도산 위기를 맞자 적극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우디 국영 SPA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뿐 아니라 다른 산유국까지 아우르는 회의의 긴급 소집을 요청했다.

그동안 OPEC+에 참여하지 않았던 미국, 캐나다, 브라질까지 산유량 결정을 위한 대화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OPEC의 좌장격인 사우디와 비회원 산유국을 대표하는 러시아는 지난달 감산 합의 연장을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높은 유가가 채산성 낮은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불만을 제기해온 러시아가 추가 감산에 반대하면서다.


이에 따라 OPEC+의 감산 합의는 3월말 종료됐고, 사우디와 러시아는 1일부터 감산 쿼터에 제약을 받지 않는 전면적인 증산 경쟁에 돌입했다.

사우디는 1일부터 산유량을 사상 최대 규모인 하루 1200만 배럴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다만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석유회사들은 당장 증산에 들어갈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전세계 원유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증산 경쟁까지 벌어지면서 최근 국제유가는 폭락세를 이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분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선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이날 유가전쟁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면서 국제유가는 급반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전 거래일 대비 5달러(24.7%) 폭등한 배럴당 25.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5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이날 저녁 8시17분 현재 5.1달러(20.5%) 뛴 배럴당 29.8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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