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치료 빙자해 성폭행한 심리치료사, 2심서 집유로 '감형'

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2020.04.0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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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김현정 디자인 기자 / 사진=김현정디자인기자삽화=김현정 디자인 기자 / 사진=김현정디자인기자


성폭력 트라우마를 치료해 준단 명목으로 성폭행 피해자인 20대 여성을 또다시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심리치료사가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받았다. 그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지만 2심 판단으로 다시 풀려나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10부(고법판사 원익선·임영우·신용호)는 2일 피보호자간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56)에 대해 징역 3년 등을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80시간의 사회봉사,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장애복지 시설에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 자체는 1심과 같이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위력으로 범행했다는 1심 판단이 정당하므로 A씨의 항소에는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은 여러 차례 위력으로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양형에서는 판단을 달리했다.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A씨가 과거 강제추행으로 교육이수조건의 기소유예를 받은 이외에는 달리 처벌을 받은 적이 없고, 항소심에 이르러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보면 원심의 형은 무겁다"면서 A씨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 "A씨의 연령·범행 경위 등을 볼 때 검사가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할 정도로 다시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검찰의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심리요법의 일종인 '사이코드라마'를 통한 심리치료사로 인지도를 얻은 인물이다.


A씨는 지난 2018년 2월부터 5월까지 서울 서초구 사무실과 서울, 부산 등 숙박시설에서 환자 B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같은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성폭력 피해 경험으로 상담을 요청한 B씨를 상대로 여러 차례에 걸쳐 치료를 빙자해 추행하거나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동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라며 끝까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1심은 "이 사건 범행은 피해자의 심리상태를 이용해 3회에 걸쳐 위계와 위력으로 간음하고, 4회에 걸쳐 위력으로 추행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A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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