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3배 오르는 동안 강남아파트는 84배 올랐다"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0.03.2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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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지난 40년간 쌀과 닭고기 가격이 약 3배 상승한 사이 서울 강남아파트 가격은 약 84배 올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나은행 산하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9일 국내 물가 관련 공공데이터와 과거 언론기사를 분석해 펴낸 '국내 주요 재화 및 서비스의 가격 추세 분석 : 1980~2020'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농수산물과 공산품 등 소비재 대부분의 명목가격 상승률이 국민 1인당 GDP(국내총생산) 상승률보다 낮아 소비자가 체감하는 실질적 가격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 대비 올해 1인당 GDP는 환율을 적용한 달러 기준으로 18.5배(1714달러→3만1754달러) 늘었다. 같은 기간 물품 가격이 18.5배 넘게 올랐으면 체감 가격이 상승한 것이고, 낮게 올랐으면 체감 가격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쌀, 닭고기 가격 3배 오르는 동안 강남아파트는 84배 '껑충'
기준=강남 은마아파트/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기준=강남 은마아파트/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지난 40년간 가장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인 건 서울 강남아파트였다. 강남 은마아파트의 경우 3.3㎡ 기준 매매가가 1980년 약 77만원에서 2020년 6469만원으로 약 84배 상승했다. 전세가는 16만원에서 1629만원으로 101배나 뛰었다.



또 사립초등학교 수업료(1년)도 약 14만6000원에서 652만원으로 44.5배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쌀과 닭고기 가격은 약 3배 올랐다. 1980년 3000원 수준이던 쌀값(4kg 환산기준)은 2020년 9500원으로 3.2배 올랐고, 닭고기(1kg 환산기준)는 1400원에서 4656원으로 3.3배 상승했다.

△상추 8.5배 △오이 5.2배 △대파 4.7배 △당근 9.5배 등 대체적으로 식재료의 가격 상승률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육류의 경우 한우 등심(100g 기준)이 533원에서 8957원으로 16.8배 오르는 동안, 닭고기는 3.3배 상승하는데 그쳤다. 삼겹살(100g)은 167원에서 1613원으로 9.7배 뛰었다.

"지하철요금이 택시요금보다 더 올랐다"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기술의 진보와 생산성 증대, 교역 확대 등으로 주요 제조·서비스 품목의 실질적 가격 하락한 반면, 반면 공공재와 기호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산 중형 자동차 평균 가격의 경우 1980년 389만원에서 현재 2390만원으로 6.1배 상승했고, △콜라(1.5리터 기준) 4.5배 △소주(출고가 기준) 5.1배 △영화 관람료 6.7배 오르는 등 1인당 GDP 상승률에 비해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기술의 발달로 컬러 TV(20인치 기준)와 국제전화(한국-미국간 1분 통화 기준) 가격은 각각 45%, 7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서울시 지하철 기본요금은 80원에서 1250원으로 40년간 15.6배 올랐다. 400원에서 3800원으로 9.5배 상승한 택시 기본요금보다 더 올랐다.

또 병원 진료비(초진)가 9.9배, 문화재 입장료가 10배, 국립대 등록금이 19배 상승하는 등 정부와 공공기관이 공급하거나 가격을 통제하는 영역의 서비스 항목들이 민간 영역의 소비재보다 비교적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아울러 기호품 관련 항목의 명목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커피 한 잔의 경우 200원에서 4100원으로 약 21배, 담배 한 갑은 300원에서 4500원으로 15배 상승했다.

1980년 초코파이 39개 살 수 있던 병장월급, 지금은 몇 개?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국민 외식' 메뉴인 짜장면 가격은 1980년 당시 350원에서 현재 5000원으로 14배 올랐지만, 1인당 GDP 상승률을 감안하면 체감가격은 떨어졌다. 1인당 GDP를 기준으로 하면 1년 간 벌어서 사 먹을 수 있는 짜장면 수는 2971그릇에서 7402그릇으로 늘었다.

데이트 비용(영화 관람·식사·커피 기준)을 살펴보면 1990년에는 약 1만8800원, 현재는 약 6만1200원으로 8.6배 가량 늘었다. 다만 이 데이트 비용을 벌기 위해 필요한 아르바이트 근로 시간(최저시급 기준)은 1990년 28시간에서 현재 8시간으로 감소했다. 1980년에는 최저임금 제도가 없어 비교가 불가능했다.

군대 사병 월급은 육군 병장 기준 4000원에서 54만원으로 139배 올랐다. 당시 월급으로 살 수 있던 초코파이 개수는 39개였지만 2020년 1352개로 불어났다. 군입대에서 제대까지 받는 총수령액은 11만원에서 856만원으로 78배 증가했다.

정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지난 40년간 주요 소비재의 실질적인 가격이 대부분 하락하였음을 계량적으로 확인했다"며 "다만 수치상 평균값을 기준으로 한 분석이기 때문에 최근 심화된 소득 양극화를 고려할 때 저소득층의 체감 물가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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