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기본소득? 쟤만 기본소득!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169명 추가 발생해 총 1천146명으로 늘어난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강동구 명일시장에서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침체를 막기 위한 재난기본소득을 전 국민이 받기는 힘들 전망이다. 재난기본소득을 논의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기류는 소득 하위 80%에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으로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논의되던 기본소득과는 거리가 멀지만 한정된 재원을 고려할 때 불가피해 보인다. 재난기본소득을 전 국민에게 지급할지, 취약계층을 선택해 지급할지는 각 나라마다 논란이 한창이다.

재난기본소득 아닌 재난'선별'소득

원래 기본소득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재산이나 근로 여부 등의 조건에 상관 없이 똑같은 소득을 지급하자는 개념이다. 북유럽 등에서 활발히 논의됐으며,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앤드류 양이 최근 "18세 이상 누구나에게 월 1000달러를 보편적으로 지급하자"고 들고 나왔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에서는 '재난기본소득'논의가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포용국가비전위원회는 전국민 평균 50만원의 긴급생활지원금을, 김경수 경남 지사는 전국민 100만원 지급 이후 고소득자의 세금을 통한 환수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당정의 기류는 이같은 정통적인 기본소득 개념과 사뭇 다르다. 소득 하위 80%를 선별해 50만~100만원을 주는 방안으로 논의가 정리되고 있다.이는 전 국민을 지급대상으로 하지 않기에 재난기본소득보다는 '긴급재난지원금'에 더 가깝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경제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재정당국 "전국민 기본소득 지급은 힘들어"

재난기본소득 논의가 '선별수당'으로 변한 것은 재원 마련에 난색을 표한 재정당국의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와 올해 경기 불황으로 세수가 대폭 줄어들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수십조원에 달하는 기본소득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예결특위에서 "현재의 재난기본소득 논의대로라면 국민 1인당 50만~100만원씩 지급할 경우 25조~50조원이 들어간다"며 "재정여건을 고려하면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라고 선을 그었다.


더욱이 지난 18일 확정된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취약계층을 타게팅한 2조2000억원 규모의 현금성 쿠폰 등이 포함돼있다. 또 추경을 위해 10조3000억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할 재정당국 입장에서는 재정건전성 역시 외면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미국의 전국민에게 1인당 1000달러씩 지급하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미국 "모든 국민 1000달러" 일본·호주 "취약계층 중심 지원"

재난기본소득의 보편적 지원 여부는 각 나라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당초 급여세(페이롤 택스) 면제 등 감세 카드를 꺼내들었던 미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지난 17일 1인당 1000달러씩 1조2000억달러(약 1521조원)를 지급하는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홍콩도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싱가포르는 성인 시민권자를 대상으로 보편적 수당을 지급할 방침이다.

일본은 코로나19에 따른 휴직이 발생하면 휴업수당의 일부를 지원하는 고용조정지원금을 실시한다. 또 자녀양육세대에는 자녀 1인당 월 최대 1만5000엔(약 17만원)의 아동수당을 확대 지급한다. 호주 역시 전 국민이 아닌 연금·실업급여 수급자 650만명, 직업훈련생 12만명에게 750호주달러(약 55만원)를 지급한다.

이 같은 선별지원 논란을 피하기 위해 대안으로 거론되는 논의 중 하나는 4대 보험료 감면이다. 이 경우 대상을 선별하는 데 행정력이 소모되지 않고, 또 취약계층부터 중소기업 사업주까지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자에게 더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반면 재정을 투입하는 재난수당과 달리 보험기금이 고갈돼 복지시스템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