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와 함께 큰다던 협력업체들…"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박소연 기자, 이건희 기자 2020.03.23 05:40
글자크기
한국과 일본이 코로나19 대응으로 입국규제를 강화하면서 양국을 오가는 하늘길이 막힌 가운데 지난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한국과 일본이 코로나19 대응으로 입국규제를 강화하면서 양국을 오가는 하늘길이 막힌 가운데 지난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이대로 간다면 협력업체들은 오래 못 버틸 것 같습니다. 이미 규모가 작고, 현금 보유액이 적은 업체들은 무급휴직에 들어간 회사들이 많습니다."

코로나19(COVID-19)로 국내외 하늘길이 닫히며 항공사를 넘어 그 협력업체들로 충격파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특히 항공기가 뜨는 한 일감 떨어질 일이 없다는 '지상 조업사'들까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이렇다보니 지상 조업사으로부터 재하청을 받는 업체들은 더 힘든 상황이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별 지상 조업사와 계약을 맺은 협력사들 일감이 급감하고 있다. 평상시의 업무량의 30~50%를 겨우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 관계자는 "가장 점유율이 높은 대한항공 항공편이 정상시 대비 90% 가까이 줄었다"며 "이렇다보니 지상 조업사와 그 협력사들의 일감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항공사 협력업체의 꽃, 지상 조업사도 일감 없다

지상 조업사란 대한항공 계열인 한국공항이나 아시아나 계열인 아시아나에어포트처럼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데 필수 조업을 해주는 기업이다. 항공기가 활주로에 내리고, 승객이 모두 떠나면, 비로소 지상 조업사가 바빠진다. 그러나 요즘은 항공기가 뜨고 내리지 않으니 이들 업체도 휴업 상태다.

지상 조업사들은 기내 청소부터 화물 운반, 기내식 조달 등 항공기의 손발 역할을 해왔다. 항공기를 띄우려면 필수적인 업무들이어서 항공사가 망하지 않는 한 이들 협력사도 건재할 것이라는 믿음이 강했다. 상대적으로 많은 인력이 필요한 작업인 만큼 지상 조업사들은 필요한 노동력 대부분을 제2의 하청 협력사를 통해 조달해왔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사마다 80~90% 항공편을 줄이며 지상 조업사와 그 협력사들은 마이너스 수익으로 돌아섰다.

◇전자·자동차 협력업체들도 수주 '휘청'

전기·전자 업종의 소재·부품·장비 협력업체들도 갈수록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해외 입·출국 제한으로 고객사와의 신규계약은 커녕 출장조차 꿈도 못 꾼다. 이들 협력업체의 고객인 대형사들조차 중국과 베트남에선 새로운 설비 세팅이나 제품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공장과 호흡을 같이 하는 협력업체들도 어려움이 숫자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 기업 애로지원센터'를 운영 중인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2·3차 부품업체의 공장 가동률은 60~70% 수준에 그쳤다. 1차 협력업체들도 가동률 90%를 못 채우고 있다.

◇일부 협력업체들은 대규모 구조조정 '초읽기'

구조조정도 이미 시작됐다. 한국공항 협력업체 A사는 최근 인천공항노조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리해고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A사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무급휴직과 강제연차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더 확산될 전망이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상황이 이 정도인데 더 열악한 지방 소재 공항은 사실상 '셧다운(일시정지)'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상 조업사 5개사는 이달 초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에 계류비 면제 등을 요청했지만 경영상황은 나아질 조짐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인 구조조정으로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