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COVID-19) 우려가 글로벌 금융 시장을 지배하면서 국내 공모 시장에도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IPO(기업공개) 시장 전반적으로 극심한 투자 심리 위축에 시달리며 마지막 상장 문턱을 넘지 못 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IPO 시장 침체는 투자금 회수 활로를 차단하는 등 투자 시장 선순환 구조에 악영향을 미쳐 자본시장의 유동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일 급락중인 코스피가 8.39% 하락한 1,457.65p로 마감된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11.71% 하락한 428.35p, 원달러환율은 40원 오른 1,285.7원으로 마감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IPO 기업의 이 같은 집단 철회 움직임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른 극심한 주식 시장 투자심리 위축 영향으로 해석된다. 코스피지수가 단기간에 고점 대비 40% 가까이 폭락하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동시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는 등 주식 시장을 휘감은 공포가 공모 시장으로 전이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IPO 기업에 청약을 한 일반투자자는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납입을 취소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주식 시장 급락으로 공모 기업의 밸류에이션 자체가 불가능해진 점도 투자 수요를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이다. IPO 기업은 시장의 평가를 받는 공모 절차를 앞두고 먼저 예상 기업가치를 책정하는데, 주로 주식 시장 동종업계의 밸류에이션을 반영한다. 하지만 단기간에 주식 시장이 급락하면 앞서 책정한 기업가치가 소용이 없다. 이미 상장된 동종업계 기업의 주가가 떨어질수록 공모주는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IPO 기업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려운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 한국거래소에 상장 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소 상장 규정에 따라 상장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6개월 안에 상장 절차를 마쳐야 하는데, 거래소 판단에 따라 예외적으로 기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이미 상장심사를 통과한 기업의 경우 지금 시장 상황에서 시간에 쫓기듯 공모에 나서기보다 상황을 지켜보며 기다리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신고서를 철회한 노브메타파마는 신규 상장 기한 연장을 신청할지 주관사와 협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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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의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금 상황에선 공모에 나서는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본다"며 "코로나19 진정 등 시장이 안정되기 전까진 공모 시장에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본시장에선 투자 기업의 대부분이 IPO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데, IPO가 막힐 경우 자금 회수의 중요한 한 축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며 "기업의 창업과 투자, 성장, 자금 회수, 재투자 등으로 이어지는 투자의 선순환 생태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