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고사 걱정하는 車협력사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2020.03.22 11:13
글자크기
현대차 울산2공장 문으로 납품 차량들이 드나드는 모습. /사진=뉴스1현대차 울산2공장 문으로 납품 차량들이 드나드는 모습. /사진=뉴스1


"이미 어려운 걸 많이 아실 텐데. 이제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네요."

국내 완성차업체에 부품을 공급 중인 한 2차 협력업체 대표의 말이다. 그는 어려움을 겪는 업계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기를 정중히 거절하며 이처럼 말했다.

코로나19가 일으킨 경제 태풍이 완성차업체에 이어 1·2·3차 협력업체를 '더 이상 말하기 힘들 만큼' 강하게 덮쳤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공장들을 전부 멈춰 세운 데 이어 미국·유럽 완성차 공장까지 줄줄이 가동 중단에 들어가면서다.



완성차 공장과 호흡을 같이 하는 협력업체의 어려움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특히 2·3차 협력업체의 불안이 원청사나 1차 협력업체보다 크게 두드러진다.

'코로나19 기업 애로지원센터'를 운영 중인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2·3차 부품업체의 공장 가동률이 60~70% 수준에 머물렀다. 1차 협력업체만 해도 가동률이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상황이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힘든 건 어려움을 호소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라는 하소연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2·3차 협력업체는 신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유동성 위기로 고사할 수 있다는 걱정이 많다"며 "그렇다고 매출액 급감을 대외적으로 호소하면 자금 상환 압박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 애만 태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금력이 있는 1차 협력업체라고 안전한 건 아니다. 이들도 살얼음판을 걷는 듯 경영 활동을 이어간다. 자동차 부품업체 2위의 만도는 희망퇴직을 추진 중이다. 정몽원 만도 대표이사 회장이 직접 노동조합을 만나 유휴 인력 때문에 자발적 희망퇴직을 피할 수 없다고 설득했다.

지난달 코로나19 확진 직원이 발생해 공장 문을 잠시 닫았던 현대차의 1차 협력업체 서진산업은 조심스럽게 가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진산업 관계자는 "지난달 상황 이후 특이사항은 없었지만 코로나19 장기화가 우려된다"며 "그나마 단기적으로는 국내에서 생산 속도를 내는 현대차에 발을 맞추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참에 생산차질 우려가 나오는 미국·유럽 공장을 대신해 국내 생산을 늘리자는 역발생도 나온다. 현대차 주요 공장이 위치한 울산에선 울산 북구 협력업체 38개 업체 대표들이 지난 20일 현대차 노사에 주 60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하자는 내용의 '완성차 특별연장근로 시행을 위한 탄원서'를 전달했다.

울산 부품업체 대표들은 "코로나19로 발생한 8만대의 납품 손실분이 협력사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완성차의 가동률이 높아지면 협력사의 가동률도 함께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를 위해 협력업체의 생존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동차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수요 절벽 시기에는 세금 감면과 납부 유예, 부품업체 긴급운영자금 지원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수요 폭증기에는 주당 근로시간 연장 등의 대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OP